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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로 만들었다 대박난 ‘카메라 로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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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뒤늦게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친구의 하소연이다. 내용인즉슨 아내를 졸라서 겨우 보급형 디에스엘아르 카메라를 사긴 했는데 액세서리에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는 것이다. 친구는 배터리도 추가로 구입했고, 외장형 플래시도 샀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닐 듯해서 아내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삼각대도 필요하고, 가방도 폼이 나는 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고, 메모리카드 리더기까지 성에 차지 않아 문제였다. 이쯤 되면 카메라를 사서 취미 생활을 즐겨보겠다는 마음은 이미 꺾인 상태. 이쯤 되면 선택은 두 가지다. 아내의 눈치가 보이더라도 주머니를 털거나(혹은 눈물을 머금고 비자금에 손을 대거나) 직접 만드는 방법을 택하거나! 후자를 바로 디아이와이(DIY: do-it-yourself)라고 하던가. 대한민국 대표 디에스엘아르 카메라 동호회 가운데 하나인 디에스엘아르클럽(www.dslrclub.com)에 가면 아주 다양한 디아이와이 관련 게시글을 볼 수 있다. 플라스틱 통을 잘라 빛을 막아주는 후드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요, 렌즈를 분해해서 고치는 것은 예사, 아예 숙련된 도장공 수준으로 페인트칠까지 깔끔히 해내는 고수들도 있다. 필름 카메라를 직접 만드는 장인의 경지를 보여주는 회원도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의 시시디(CCD) 부품을 바꿔 적외선 카메라를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이도 있었다. 아~ 죽림에 숨어 있는 강호 고수 얼마나 많은가. 카메라 관련 디아이와이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디아이와이로 만든 물건의 반응이 뜨거워서 아예 ‘제품’으로 출시한 이도 있다. 기계설계 분야 일을 하고 있는 석명구씨가 그런 이다. 그가 만든 제품은 ‘카메라 로테이터(rotator)’다. 삼각대에 부착해 360도 회전하며 파노라마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액세서리다. 2005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한 벤처 디자인상에서 장려상을 받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36도씩 10단계로 회전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 ‘카메라 로테이터’가 나온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진가들 사이에서 꽤 인기 있는 상품이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외국 제품(Nodal Ninja NN3)의 가격이 약 40만원 정도인데, 석씨의 로테이터 가격은 10분의 1인 4만원이다. 만듦새는 거의 고장이라고는 나지 않을 듯 보인다. 사용도 훨씬 간편하다.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려고 하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수평을 맞춰 사진 좌우를 약간씩 겹쳐 촬영하고 포토샵이나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이어붙이기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삼각대가 수평 회전 간격 조절이 쉽지 않다는 ‘사소한 불편’을 석씨는 그냥 넘기지 않았다. 석씨의 ‘카메라 로테이터’는 작은 불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좋은 물건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에 올라온 무수한 디아이와이 제작기를 검색하면 아쉬움이 남는 제품들이 많다. 기능을 약간만 보강하고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꾼다면 큰 인기를 끌 것 같은 ‘물건’들이 많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제공 펀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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