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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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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국내에서만 1330만명이 봤고, 전세계에서 20억달러 이상의 극장수입을 올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최근 3디(3D) 전용관에서만 재개봉한다.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봤을 영화를 다시 스크린에 올리는 이유는 3디 전용관에서 <아바타>를 다시 보려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2디(2D)와 3디, 평면과 입체가 주는 감동의 차이가 확실히 다른가 보다. <아바타>로 인한 3디 열풍은 단지 영화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부록에 혹해서 샀던 남성잡지 포장지를 뜯었더니 3디 입체안경이 들어 있질 않나, <한국일보>는 아예 ‘한국 신문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 3월13일치 지면에 3디 사진을 선보였다. 신문에 실린 청룡상과 서울 덕수궁 중화전 풍경 입체사진을 보며 독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이것뿐이랴, 삼성이나 엘지(LG)에서는 3디 티브이를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내세우며 경쟁중이다. 사람들의 눈을 ‘혹’하게 만드는 3디의 위력이 가히 폭발적이다. 아마 이런 추세로 간다면 5년 안에 3디 영상이나 사진이 최소한 영화나 광고 시장에선 대세가 될 수도 있을 듯싶다. 사람들이 ‘3디’에 열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이나 미국에선 인물이나 풍경사진을 입체로 보는 것이 인기를 끌었고, 입체사진을 감상하는 데 필수적인 입체경(stereoscope)을 가지는 것이 유행이었다. 입체사진의 원리는 간단한데 좌우 약 60~70㎜ 시차(사람의 눈동자 사이와 비슷한 거리)를 두고 같은 장면을 촬영한 사진 두 장을 입체경 위에 올려놓고 보면 전경과 원경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박스 형태의 입체경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낯선 이국의 풍경이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담긴 입체사진이 불티나게 팔렸다. 키스톤 뷰 컴퍼니(Keystone View Company)나 언더우드 앤 언더우드(Underwood & Underwood) 같은 회사들이 입체사진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웹사이트 스테레오뷰닷컴(www.stereoviews.com)으로 가면 당시 이 두 회사에서 팔았던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값에 살 수도 있다. 빈티지 사진 수집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쯤 찾아봐도 좋을 듯. 단지 입체경으로 사진을 보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사진가가 되길 원했다. 1832년 영국의 물리학자 찰스 휘트스톤(Charles Wheatstone)이 3디 영상의 원리를 발견한 이래 수많은 광학 기술자들이 두 개의 렌즈를 가진 ‘스테레오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입체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의 총칭. 스테레오 카메라가 가장 각광받던 20세기 초 코닥, 포이크틀렌더, 롤라이, 이카, 포머-슈윙 등 많은 카메라 회사들이 앞을 다퉈 신제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겪고 35㎜ 소형 카메라와 티브이가 대중화되면서 큰 필름을 사용하던 스테레오 카메라의 관심은 곤두박질쳤다. 전쟁이 끝나자 1940년대 후반 미국 하닐(Haneel)사에서 트리-비전(Tri-Vision)이라는 스테레오 카메라를 선보였지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세 가지 버전으로 나온 ‘트리-비전’은 스테레오 카메라의 인기가 급락하던 시기에 태어났지만 디자인만큼은 단명이 아까울 만큼 세련되고 아름답다. ‘아르데코’한 트리-비전의 모양새는 1950~60년대 생산된 캐딜락의 잘 빠진 꽁무니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배트맨의 비밀무기 같기도 하다. 혹시 트리-비전을 디자인한 사람이 1939년부터 <디시(DC) 코믹스>에 연재됐던 <배트맨>의 열혈 팬이었을 수도. 필자의 짐작이니 믿거나 말거나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제공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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