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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카메라 EF 50mm f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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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주위 사람들이 자주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하나요?”라고 내게 질문을 한다.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돈, 얼마나 준비하셨어요?” 장사치 같지만 먼저 예산이 중요하다. 그들의 ‘요구’는 항상 정해져 있다. “저렴하고 사진 잘 나오는 카메라”를 구해달라는 것.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입맛에 맞는 카메라는 돈이 모자라고, 돈에 맞추려니 성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결국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서 대부분은 예산 한도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카메라’를 선택한다. 사진 초보자들은 대부분 아는 이가 추천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 카메라에 가까운 사람들부터 담기 시작한다. 그 재미가 쏠쏠해질 무렵, 좀더 좋은 사진을 제대로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동호회도 가입하고, 사진 관련 사이트도 들락날락하다 보면 눈이 점점 높아진다. 슬슬 “저렴하고 사진 잘 나오는 카메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신뢰가 바닥을 칠 무렵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지름신’이 강림한다. 이때부턴 주변의 조언도 무시하고 ‘필’이 꽂힌 물건에 무섭도록 집착한다. F1.8은 10만원, F1.4는 37만원, F1.2는 176만원…. 아마 사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어떤 ‘가격 차’(인터넷 검색 최저가 기준)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캐논 50㎜ 표준렌즈 가격이다. 조리개 값(F-stop)에 따라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조리개 값이 작을수록 밝은 렌즈,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좀더 빠른 셔터속도로 찍을 수 있고, 배경을 ‘뽀사시’(아웃포커스)하게 만들 수 있다. F1.4와 F1.2, 단 ‘0.2’의 차이일 뿐인데 가격은 14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1.8, 1.4, 1.2… 그 미묘한 차이만큼이나 사진만 놓고 보면 어떤 렌즈를 사용했는지 알기 힘들다. 가장 비싼 캐논 EF 50㎜ F1.2 렌즈의 애칭은 ‘오이만두’. ‘오’는 50㎜의 약자고 ‘이’는 1.2의 ‘2’다. ‘만두’는 렌즈의 전체 모양이 만두를 닮아서 붙였다. ‘오이만두’를 쓴다고 사진 실력이 ‘가격’만큼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데도 큰돈을 들여가며 ‘오이만두’를 찾는 이유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사진을 업그레이드하고픈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최고의 렌즈를 써보고 싶은 욕망도 깔려 있을 테고. 지름신은 이런 미묘한 틈새를 언제나 파고드는 법이다. 지름신이 내린 이에게 “저렴한 렌즈 사고 남는 돈으로 사진집을 사보라”는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산다. 그러나 그런 절박함이나 욕망뿐 아니라 지름신도 어쩔 수 없는 렌즈가 있으니 바로 캐논 EF 50㎜ F1.0 렌즈(‘아빠만두’라고 불린다)다. ‘아빠만두’라고 부른 이유는 ‘오이만두’를 뛰어넘는 최고의 렌즈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1989년 당시 캐논이 가진 기술력을 모두 쏟아부었다는 이 렌즈는 약 800개 정도만 만들어졌다. 1987년 수동렌즈를 사용하는 FD 마운트(캐논 수동카메라의 마운트. 마운트는 카메라의 몸체와 렌즈를 잇는 부분)를 과감하게 버리고 자동초점조절(AF)이 가능한 EF 마운트를 채용한 ‘야심작’이었다. 발매 당시 가격은 36만6000엔. 요즘 환율로 따지면 약 440만원이나 하는 초고가였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예 시장가격이 없을 정도.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일본 내 캐논 마니아들이 가장 가지고픈 ‘소장품’이 된 터라 일본 내 장터에서도 웬만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중고가격은 발매가보다 높은 500만~600만원이라는데 이것도 ‘전설’로만 전해질 뿐이다. 지름신도 어쩔 수 없는 이런 물건에 꽂히면 더 괴롭기만 하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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