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메라의 ‘간지’ 외투 ‘카메라 아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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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카메라를 애지중지한다. 프로 사진가도 물론 카메라를 아끼지만 들이는 공력을 비교한다면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한 수 위가 아닐까. 프로 사진가에겐 일을 하기 위한 연장이지만, 아마추어 사진가에겐 취미 생활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재산 목록 가운데 상위를 차지하는 ‘귀중품’이기도 하다. 아내 몰래 비자금을 모아 구입했거나 카드 할부로 지른 최신형 디에스엘아르 카메라의 경우엔 혹시 흠집이라도 날까 상전 대접이다. 눈에 띄는 흠집이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곧 중고시장에 팔 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평소에도 아기 다루듯 할 수밖에 없다. 폭신한 칸막이가 들어 있는 가방에 넣어 다니는 것은 기본, 흠집 날까봐 액정보호 스티커를 붙이고, 바닥에도 보호 시트지를 사다 마감공사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 흠집이 잘 생길 것 같은 부위는 검정 종이테이프로 공사(?)를 한다. 이 정도면 사진 찍기가 취미인지, 카메라 보호가 취미인지 헷갈린다. 예전에는 카메라를 보호할 수 있는 케이스는 기본이었다. 작은 콤팩트 카메라도 지퍼 달린 가죽케이스가 함께 딸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비싼 수동 필름 카메라의 경우 가죽 케이스는 꼭 사야 할 필수품이었다. 카메라 가방을 따로 구하기 힘든 시절에는 가죽 케이스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니콘 F3의 자주색 전용 가죽 케이스 ‘CF-22’는 검은색이 대세였던 시절 튀는 케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카메라 회사가 아닌 아르누보, 시에스타 같은 액세서리 회사에서 대부분 가죽 케이스를 제작한다. 현재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메라 가죽 케이스는 카메라 보호뿐 아니라 패션 아이템 구실도 한다. 색상도 화려하고 윗덮개가 없는 일명 ‘속사 케이스’라고 하는 하프케이스(카메라 아랫부분만 감싸는 덮개)가 주류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올림푸스 E-P1, 파나소닉 GF1 같은 카메라는 덩달아 예쁜 가죽 케이스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현재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캐논 5D는 3년 전 중고로 구입한 것. 당시 200만원이란 쌈짓돈을 쥐고 판매자와 약속 장소에서 접선(?)했는데, 카메라가 이상했다. 카메라 전체가 고무로 덮여 있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판매자가 카메라를 잘못 들고 나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카메라 아머’(Camera Armor)라는 실리콘 케이스를 씌워 알아보지를 못했다. 실리콘 케이스는 휴대폰이나 엠피(MP)3 플레이어 같은 제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디에스엘아르 카메라 사용자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니 나올 수밖에. 3년 전만 해도 ‘카메라 아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카메라 관련 제품 쪽에서는 꽤나 얼리어답터라고 내심 자부하고 있었는데, 흠집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아마추어 사진가를 위한 이런 흡족한 제품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꽤 비싼 제품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꽤 부담스런 가격(모델별로 다르지만 약 5만원 안팎)이긴 하지만, 가끔 청소를 위해 ‘카메라 아머’를 벗겨보면 여전히 카메라가 구입 당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값을 충분히 하고 있는 셈. 단 빠른 조작을 원하고 거추장스런 것을 싫어하는 사용자라면 ‘비추’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 사진 대광엔터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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