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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8 19:00 수정 : 2009.11.18 19:00

캐논 카메라 CB10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캬메라는 눈(眼)을 달마있다(닮았다).” 1960년 한국사진문화사에서 펴낸 <사진교본>에 나오는 글이다. <사진교본>의 내용을 좀더 옮겨보면 “렌즈=수정체, 주르개(조리개)=홍채, 샷터(셔터)=안검(눈꺼풀), 필림(필름)=망막”이라 적혀 있다. 50년 전에 나왔던 <사진교본>이나 지금 책이나 카메라의 기본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은 비슷하다. 필름만 시시디(CCD)로 바뀌었다. 카메라의 구조는 1839년 프랑스인 자크 다게르가 다게레오타입 은판 사진술을 개발하고 카메라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덕분에 카메라의 디자인도 오랜 세월 사각형 상자에 렌즈가 장착된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1861년 남북전쟁 당시 종군사진을 찍었던 매슈 브래디는 대형 카메라와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을 마차에 싣고 다녔다. 그를 돕던 조수만 해도 19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모두 1925년 발명된 35㎜ 필름 카메라 덕이다. 작아졌다고 해서 투박한 디자인이 뚝딱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직사각형 몸체에 렌즈가 돌출된 형태다.

1982년 캐논은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에게 미래형 카메라 디자인을 의뢰했다. 캐논은 콜라니에게 “어떤 구속도 받지 말고 자유롭게 미래형 카메라를 디자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형태의 마술사’로 불렸던 콜라니는 1928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퀸스테 아카데미에서 조각을 배우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공기역학을 공부했다. 그 후 항공사 맥도널드 더글러스, 자동차 회사 피아트, 베엠베(BMW)와 함께 일하며 유선형을 적용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디자인한 물건들은 모두가 에스에프(SF) 영화 소품처럼 상상 이상의 ‘포스’를 내뿜는다. “포크에서 우주선까지.” 콜라니는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영감을 얻어 ‘바이오 디자인’으로 형태를 극단화시킨 물건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만들었다.

그 가운데 캐논이 주문했던 ‘시비(CB)10’은 기존 카메라 형태를 ‘무시한’ 디자인이었다. CB10의 모양새는 이전의 카메라처럼 각진 장방형이 아니라도 충분히 카메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CB10은 상용화를 위한 카메라가 아니었다. 콜라니는 캐논을 위해 CB10을 시작으로 몇 가지 카메라를 더 디자인했다. 83년 티(T)99, T90을 위한 시제품, 84년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여성용 카메라(Lady Camera), 수중용 카메라 ‘프로그’(FROG)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카메라들은 너무 ‘미래 지향적’이어서 공산품이라기보다 예술품에 가까웠다. 그는 90년대가 되어서야 겨우 상용화되기 시작한 디지털카메라를 이미 83년 상상력만으로 디자인했다.(당시 스케치를 확인하려면 콜라니의 누리집 www.colani.de를 클릭해보길) 콜라니와 캐논의 실험적인 시도는 결국 세계 최초로 인체공학 디자인을 적용시킨 에스엘아르(SLR)인 T90으로 결실을 보았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굴곡을 넣어 밀착감을 높이고 셔터도 움푹하게 만들어서 훨씬 부드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T90은 기존에 여러 다이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카메라 상단에 파인더를 보지 않고도 바로 조리개값, 셔터속도, ISO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큰 액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넣었다. T90은 콜라니의 디자인 덕분에 86년 생산이 시작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T90은 외형만 놓고 봐선 CB10을 절대 압도할 수 없다. 대량생산을 위한 T90과 디자인적 요소만을 고려한 CB10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CB10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T90과 더 접목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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