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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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라이카가 150만 화소 성능을 가진 디지룩스 줌(Digilux Zoom)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인 것이 1999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라이카도 이제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회사가 아니다. 최근 출시된 풀 프레임(24×36㎜) 고체촬상소자(CCD)를 장착한 디지털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M9는 라이카의 역사에 획을 긋는 카메라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인 라이카 M 시리즈는 M7까지 아날로그 필름 사용을 고집했을 뿐 아니라 디자인 변화나 기능 업그레이드도 최소화했다. M 시리즈에 내장 노출계가 달리거나, 최고 셔터 속도가 빨라지거나, A모드(조리개 우선 모드)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사진가들에겐 뉴스가 됐다. 다른 카메라들이 시대를 앞서갔어도 라이카만은 두어 걸음 뒤처진 행보를 걸어왔다. 라이카가 필름 카메라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라이카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만든 것이다. 렌즈를 포함한 광학부는 라이카가 맡고, 나머지 디지털 처리 기술은 파나소닉이 개발했다. 라이카와 파나소닉은 성능은 같고 디자인만 약간 다른 제품들을 동시에 출시했다. 라이카의 디지룩스, 파나소닉의 루믹스 시리즈. 성능은 같지만 가격은 ‘라이카’(Leica) 딱지가 붙은 라이카 제품이 파나소닉 루믹스에 비해 훨씬 비쌌다. 소비자들은 돈이 더 들어도 파나소닉의 ‘전자제품’이 아닌 라이카의 ‘카메라’를 선택하기를 원했다. 1925년 라이카가 생산된 이래 카메라 종주 구실을 해왔던 라이카는 언제나 사진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니, ‘성능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높은’ 디지룩스의 인기를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아마추어 사진가를 위한 디지룩스 시리즈가 나온 지는 10년이 지났지만 라이카 카메라의 정수라 할 M 시리즈가 디지털카메라로 변신한 것은 M8을 출시한 2006년,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당시 풀 프레임이 아닌 1.3배(27×18㎜) 코닥 크롭 시시디를 장착하고 등장했을 때의 아쉬움은 컸다. 이미 1년 전 엡손이 포이크틀렌더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바디를 빌려와 라이카 M 마운트 호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600만 화소급 디지털카메라인 R-D1을 출시했기 때문에 사진가들은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라이카 M8을 원했다. 사진가들이 기대했던 것이 35㎜ 필름 사이즈와 같은 풀 프레임 시시디를 사용한 카메라였다. 스미룩스, 스미크론, 엘마, 스마론 등 라이카에서 생산한 수많은 렌즈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풀 프레임 디지털카메라가 필수다. 크롭 시시디를 사용할 경우 렌즈의 화각도 좁아질뿐더러 완벽한 성능을 끌어낼 수 없다. 광각렌즈의 활용도가 큰 라이카 M에서 1030만 화소의 1.3배 코닥 크롭 시시디는 어중간한 선택이었다. 캐논은 2003년에 풀 프레임 일안렌즈반사식 디카(DSLR) 1DS를 내놓았다. 좀더 과감하게 M8부터 풀 프레임 시시디를 장착했더라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M8은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에서 완전한 풀 프레임 디지털카메라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를 맡은 셈이다. M9야말로 라이카 M 시리즈의 역사를 새로 쓸 소임을 맡은 것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만 해도 사진가들은 13×18㎝ 대형 건판 필름에다 삼각대, 빛을 차단해 주는 암막까지 많은 짐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라이츠의 기술자 오스카어 바르나크는 사진가를 위해 카메라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18×24㎜ 영화용 필름 포맷을 두 배로 늘린 24×36㎜ 필름을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라이카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다. 바르나크가 사진가를 위해 만들어 냈던 ‘풀 프레임’ 사이즈를 라이카는 M9를 통해 뒤늦게야 되찾은 것이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 반도카메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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