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펜(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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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또로록 또로록~ 찍~” 올림푸스 펜(PEN) EE-3에 필름을 감고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이랬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장터에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펜의 전성시대는 1980년대 중반까지였다.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한 번이라도 빌려 써본 경험이 있다면 펜을 기억할 것이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앞두고 카메라를 빌리러 갈 때마다 사진관 아저씨는 필름 포장지 안쪽에 그려져 있던 그림을 보여주며 날씨와 조리개, 셔터 속도의 심오한(?)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셨다. “제대로 사진이 나오려면 날씨, 조리개, 셔터 속도 삼박자를 딱딱 맞출 줄 알아야 한다”는 주인아저씨의 가르침은 내가 받았던 최초의 사진 교육이었다.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 36장짜리 필름 한 롤 넣으면 72장이 찍히는 ‘마법’을 부렸던 하프 프레임(35㎜ 필름 1컷의 크기는 가로 36㎜×세로 24㎜, 하프 프레임은 이 크기를 반으로 나눠 가로 17.5㎜×세로 24㎜로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카메라 펜은 사진관에서 대여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작고 실용적인 펜 시리즈는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 올해가 펜 출시 50돌. 1959년 10월 ‘올림푸스 펜’ 첫 모델이 나온 뒤 1981년 출시된 펜 EF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올림푸스는 30년 넘는 기간에 17종의 펜 모델을 거의 매년 내놓았다.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모델인 펜 EE-3는 1973년부터 1986년까지 생산됐다. 지금까지 펜 시리즈의 누적 판매대수는 약 1700만대. 작고 단단한 몸체, 저렴한 가격, 하프 프레임을 적용해 사진을 곱빼기로 찍을 수 있었던 펜은 카메라 대중화의 선봉에 섰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펜 시리즈는 한 컷의 필름도 두 컷으로 나눠 아껴 쓰겠다는 일본인의 절약 정신과 축소지향을 진정으로 보여주는 카메라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펜 F, FT, FV 세 가지 모델은 펜 시리즈 가운데서도 압권이다. 작고 단단한 몸체에 18가지 렌즈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든 펜 F 형제들의 강력한 포스는 다른 제조사의 ‘커다란’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전혀 꿀리지 않았다. F 모델에 가장 잘 어울리는 E-주이코 38㎜ 팬케이크 렌즈는 지금도 일본 내 중고가격이 6만엔(한화 약 78만원) 안팎이다. 같은 펜이지만 펜 F 모델은 몸값부터 다르다. 온라인 장터에 가끔 매물로 나오는 펜 FT의 가격은 25만원 정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던 펜 EE-3는 5만원 정도의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다. 2005년 삼청동 갤러리 온에 걸렸던 영국 사진가 믹 윌리엄슨(Mick Williamson)이 펜 EE-3로 작업한 사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작은 액자에 들어 있던 그의 작은 작품들은 사진의 힘은 사진가의 가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올림푸스는 출시 50주년을 맞아 과거 속에 묻힌 펜 시리즈를 디지털카메라 펜 E-p1을 내놓으며 부활시켰다. 광고에서도 “작고 가볍게, 언제 어디서나 쉽게 촬영을 즐겨라!” 1959년 펜이 등장했던 당시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뿐 아니라 모양새나 스타일도 펜 F 모델과 흡사하게 만들었다. 기술에선 다른 제조사들보다 항상 앞서갔지만 시장에선 열세를 면치 못했던 올림푸스가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 펜의 영광을 다시 살리기 위해 준비한 히든카드다. 지난 14일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국내에 수입된 1000대가 5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일본과 미국도 주문이 밀려들어 매장에서 펜 E-p1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부활한 펜의 출발 성적은 일단 합격점이다. 글·사진 조경국(월간 <포토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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