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국의 모어 댄 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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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조진국의 모어 댄 워즈
나는 아주 어렸을 적에 빨리 스무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에게는 금지된 것이 너무 많았다. 열두시 전에는 잠들어야 했으며, 커피도 마시지 않아야 했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비디오테이프와 소설도 ‘어른이 되면’ 볼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으로 만족해야 했다.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스무 살의 세상은 신비하고 흥분되는 것들로 가득 피어 있는 비밀의 정원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무 밤을 자고 난 것처럼 금방 스무 살이 되었다. 성인요금을 내고 금지된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곧 시들해졌고, 밤새 술을 마시고 춤을 춰도 이상하게 시시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건 젊음뿐이었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는 어둑한 젊음만이 내 앞을 거인의 그림자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이번엔 빨리 마흔 살이 되기를 원했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기대 출장을 가고, 커프스단추를 단 셔츠를 입고 고층빌딩 창으로 밖을 내려다보는 내 모습을 막연하게 떠올렸다. 출렁이는 흥분감은 없겠지만, 군살이 제거된 매끈한 몸처럼 뭔가 정제된 기쁨으로 꽉 찬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이제 나는 마흔 살이 되었다. 커프스단추가 어울리는 드레스셔츠를 구입하고 큰마음을 먹는다면 비즈니스석을 탈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특별히 재미나는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다. 숨 가쁘게 도착한 마흔 살은 내가 꿈꾸던 곳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책임지기 시작하는 나이일 뿐, 평온한 기쁨이 익어가는 삶의 평원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껍데기 같은 것일까, 가끔 깊이 허무해지곤 했다.
언니네 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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