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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1 17:24 수정 : 2010.04.21 17:24

[매거진 esc] 투쓰리 풀카운트

2010년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서 새롭게 영입한 미국인 용병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한국에 온 뒤로 그는 매일매일 유튜브에 동영상 일기를 올리고 있는데, 문화나 야구 스타일의 차이와 같은 한 가지 주제로 1~2분 정도의 짧은 소감을 피력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토익 시험을 본 게 10년도 더 전이었으니 기암괴석이 되어가는 두뇌도 깰 겸 틈틈이 그 일기를 훔쳐보고 있는데 어느 날에는 그로부터 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기아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투수로 출장한 날 저녁에 올린 일기로, 턱도 없는 리스닝 실력으로 끼워 맞춘 동영상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기아의 타자 김상현을 상대하다 몸 쪽 공을 던졌다. 실투에 가까운 공이어서 몸에 맞을 뻔했는데 그는 피하지 않았다. 위험한 공은 피해야 한다. 하마터면 나는 전년도 엠브이피를 다치게 할 뻔하지 않았는가.”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상하다. 왜 이상한지 생각하다 보니 결국 남는 건 딜레마. 그 딜레마란 한국 야구의 딜레마다. 야구팬과 관계자들 중 선수가 공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맞아서라도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하면, 그 선수의 투혼은 칭찬을 받는다. 그뿐인가. 예컨대 점수가 뒤진 투아웃 2, 3루 상황. 타석에 최근 성적이 저조한 타자가 들어서 있고 대기타석에는 해결사가 기다리고 있다면, 야구팬들은 당연히 맞아서라도 출루해서 다음 타자에게 기회를 이어주길 주문한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까 말로는 투혼 타령이 지겹다느니 해도, 저 속마음 밑바닥을 뒤덮고 있는 ‘몸빵’에의 어쩔 수 없는 매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다. ‘가진 건 사람밖에 없었다’는 공익광고에 구토 증상을 호소하지만, 돌이켜보면 몸으로 때우는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성장한 나 또한 언제나 사람보다 과업이 먼저 아니었나. 하지만 사도스키의 말대로 위험한 공은 피해야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단정지어 말해야 한다. 선진국? 국격? 이야기는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민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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