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24 19:23
수정 : 2010.03.24 19:23
[매거진 esc] 투쓰리 풀카운트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듯, 겨우내 남북통일만큼이나 요원해 보이던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마침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설렘과 환희를 토해놓는 것만으로도 본 코너의 지정 매수인 원고지 5매를 족히 채울 수 있으나, 상당한 꼴불견이 될 것 같아 자제하도록 한다.
어쨌든 시범경기도 끝났고, 각 구단이 스토브리그 동안 예습한 결과들도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낸바,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은 일제히 올 시즌 판도 예측을 내놓는 중이다. 나 또한 빠질 수 없는 노릇. 심지어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로 이 지면을 공유하는 이다혜 기자와 내기까지 걸었다. 일단 4월까지의 페넌트레이스 결과를 지켜본 후 우승팀을 예측해 보자는 조건이었지만, 상대는 지난 시즌 초 기아 타이거즈가 빌빌대던 시절에 이미 그들의 돌풍을 예측했던 놀라운 통찰력의 보유자인 만큼, 돈을 따기란 만만하지 않을 듯하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하더라도 특히 야구 경기의 순위 예측은 쉽지 않은 편이다. 좀 과장하자면 스스로 점쳐보는 올해의 운세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자. 작년 시즌 직전, 기아 타이거즈의 두 용병이 놀라운 피칭으로 마운드를 정복하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얼마나 있었던가. 엘지 트윈스로부터 트레이드되어 온 3루수가 시즌 엠브이피(MVP)로 등극할 거라고는? 무엇보다 결정적인 변수는 부상이라는 불운이다. 세계야구클래식에서 김태균, 이범호가 연일 불방망이를 휘둘러 댈 때만 해도 이 무시무시한 콤비가 속한 팀이 시즌 꼴찌로 추락하리라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현실의 세계에서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마법의 주문이 먹힐 리 없다. 그것은 인생과 너무나 닮은 야구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 올해도 시즌 전에 가졌던 기대치들이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다만 하염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그만큼, 일찍이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에 환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후자에 대한 기대가, 우리들로 하여금 올 시즌도 야구에 미치게 만들 것이다.
조민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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