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02 18:42
수정 : 2009.12.02 18:42
[매거진 esc] 투쓰리 풀카운트
시즌이 끝나도 야구 커뮤니티는 뜨겁다. 스토브리그가 한창 진행중인 까닭. 이 무렵의 최대 이슈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이들의 향방이다. 게다가 올해는 사상 최다, 8명의 자유계약선수들이 시장에 나왔다. 전력 보강이 절실한 구단의 팬들은 시즌 종료와 함께 이구동성으로 “얼마면 되겠니?”를 외쳤다. 까짓것 수십억 질러서 우리도 내년에는 우승 한번 노려보자는 거다. 어차피 내가 낼 돈도 아니니. 하지만 2009년 에프에이 최대어였던 김태균, 이범호의 일본행이 조기에 결정되면서 스토브리그의 열기는 생각보다 빨리 식어버렸다.
경험으로 보자면 그렇다. 좋은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작심하고 어려운 문제집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그 자체만으로 강해진 것 같고 성적도 이미 오른 기분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타 선수라 해도 전성기만큼의 실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팀 컬러, 수준 차이, 정신적 해이 등 새로운 팀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만약 그 장벽을 빠른 시간 안에 넘지 못할 경우, 그는 ‘집합과 연산’ 또는 ‘부정사’ 파트만 시커멓게 낙서된 채로 내팽개쳐진 문제집 신세가 된다. 말하자면 ‘먹튀’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의 에프에이 역사에서는, 먹튀로 손가락질당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많았다.
요컨대 비싼 자유계약선수의 영입이 내년 시즌의 성적 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오랜 팬으로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명백히 적이었던 사내가 올 시즌부터 우리 팀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에는 아무래도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까지 죽만 쑤던 우리 팀의 비주전 선수가 올해에는 웬일로 각성하여 펄펄 날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이 더 크기 마련. ‘못할 때는 죽어라 욕을 해도 결국 내 새끼’라는 심정이랄까. 스토브리그에 대해 다소 시니컬한 나의 태도는 이처럼 고루한 로망 탓일 뿐, 진작에 물 건너가버린 거물 에프에이를 신 포도처럼 애써 잊어보겠다는 속뜻은 ‘절대’ 담겨 있지 않다. 진짜 참말이다.(정말?)
조민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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