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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9 18:52 수정 : 2009.09.09 18:52

[매거진 esc] 투쓰리 풀카운트

“유흥가 단속하러 갑시다.” 격문이 뜬다. 동의하는 댓글들도 줄을 잇는다. 야구가 없는 월요일, 선수들이 훈련하거나 조용히 휴식을 취하지 않고 흥청망청 놀러 다니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거다. 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중하위권 팀의 팬 커뮤니티에서, 잊을 만하면 볼 수 있는 단골 게시물이다. 혀를 끌끌 찬다.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다. 나 또한 선수들이 굼뜬 플레이를 펼치거나 근성일랑 집에 두고 온 표정을 하고 있으면 입에 걸레를 무는 과격 성향의 팬이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병적인 집착이다. 우리로 하여금 웃고 슬퍼하고 리모컨을 부숴 버리게 만드는 경기는 고교 야구가 아니라 프로스포츠인데 말이다. 생계를 위해 운동을 하는 이들은 자신과 팀의 성적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술 마시고 놀아서 경기에서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다음해의 연봉이라든가 방출 조처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징계를 받기 마련이다. 물론 다들 논리와 핑계는 있다. 팬으로서 애정이 있기에 그러는 거라고. 하지만 과도한 애정이 상대를 진저리나게 하는 건, 집착이 이기심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왜들 모르시는가. 그러면서 ‘선동열과 정삼흠은 밤새 술 마시고도 다음날 완투했다더라’는 전설은 또 그때마다 회자된다. “잘하기만 하면 술 마신다고 누가 뭐래?”라며. 우스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한 주 스포츠면을 달구었던 정수근 사태도 이 못 말리는 오지랖의 산물이다. 조용히 술만 마셨을 뿐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그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당했다. ‘정수근이 술 마시는 것 자체가 보기 싫었다’며 허위 신고한 이의 오지랖이 어이없지만, 적어도 구단은 그 오지랖이 팬들 일반의 정서와 다를 바 없을 거라 판단했기에 그를 퇴출한 것 아니겠는가. 무시무시하다. 팬들의 집착과, 그 집착으로 가동되는 프로스포츠라니. 차라리 정수근이 사고를 저질렀던 작년 7월에 그를 퇴출시켰다면, 프로야구계의 합리와 상식과 원칙에 대해 이토록 헷갈려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조민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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