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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05 18:43 수정 : 2009.08.05 18:43

[매거진 esc] 투쓰리 풀카운트

“이런 빅 매치에 생각보다 관중이 적네요.” 프로야구 중계 중 해설자의 코멘트. 불만스럽다는 투다. 흐응, 그런가. 시계를 쳐다보니 이제 7시. 말하자면 평일 저녁인데, 대한민국의 모든 야구광들은 마음만 먹으면 근무일이라도 이상 없이 야구장에 출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태어나서 가장 뻔질나게 야구장에 다녔던 해는 1992년, 그리고 올해다. 두 해의 공통점은 응원하는 팀이 선전했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유가 많았던 때라는 거다. 1992년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시간이 많은’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사회에 진출한 지 10여년 만에 출퇴근 걱정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이런 말이다.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학과수업에 매달렸을 때나(이건 거짓말)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야구장에 갈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많은 회사들의 퇴근시간은 6시30분에서 7시. 칼퇴근을 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경기 관람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잔업이 없으면 그 시간에 출발하여 3~4회부터라도 현장에서 목 놓아 응원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직장인들의 형편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나만 해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9시 스포츠 뉴스에서 오늘의 경기 성적들을 체크하는 게, 지난 몇 년간 야구를 즐기는 유일한 길이었다.

프로 스포츠의 흥행 문제가 나오면 필히 언급되는 관용어가 있다. 팬들의 냄비 근성. 말은 쉽다. 하지만 아무도 평일 프로야구 경기가 저녁 6시30분부터 시작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장담하건대 모든 직장이 9시 출근, 6시 퇴근만 칼같이 지킨다고 해도 우리의 프로 스포츠 흥행은 선진국 부럽지 않을 게다. 그래서 요즘은 가게 문 일찌감치 닫고 경기장을 찾은 듯한 모습의 아저씨들이나, 3회가 지나서 헐레벌떡 야구장에 들어와 자리를 찾는 양복쟁이들이나, 야근의 와중에도 틈틈이 문자중계를 보며 환호를 삭인다는 내 후배 녀석의 열정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조민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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