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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2 20:32 수정 : 2009.07.22 20:32

[매거진 esc] 투쓰리 풀카운트

야구를 끊었던 때가 있었다. 약 5년간. 계기가 있었다. 2000년 벽두,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결성하겠노라며 선수들이 일어섰고 구단들은 보복성 트레이드로 맞섰다. 오랜 프로야구 팬으로서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지만 다시금 반복되는 구태에 신물이 났다. 이 시기 꽤 많은 야구팬들이 프로야구를 등졌고, 메이저리그 야구 또는 월드컵을 앞두고 열기가 고조되고 있던 축구로 눈을 돌렸다. 나는 후자였다.

그 5년의 시간 동안 나는 두 번 다시 야구에 빠져 허덕거릴 일은 절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고제 프로 스포츠의 원년 팬이라는 굴레란 거의 만수산 드렁칡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는 이따금씩 팀의 성적을 확인하고 혀를 차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관심을 끊었다는 건 결국 말뿐이었던 건가. 첫 번째 세계야구클래식(WBC) 대회와 뒤이은 연고팀의 선전에 힘입어, 억눌려 있던 야구팬의 유전자는 결국 활성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구단이 미운 건 미운 거고 야구는 야구다.

그럴듯한 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온 야구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이제 선수들만이 보일 뿐이다. 그사이 ‘프로 스포츠는 비즈니스’라는 명제도 변하지 않았고, 구단과 모기업의 행태 또한 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흘리는 땀방울은 숭고하다는 진실, 그것만이 보인다. 그간 벌어먹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몸소 깨달은 다음 다시 야구를 만난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협의회라는 결사체는 간신히 만들었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직까지도 ‘선수 노조는 시기상조’라는 반대 논리, 그리고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바로 지금도 미비한 시설하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불의의 부상과 싸워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스포츠 스타이기 이전에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은 한낱 노동자일 뿐인 것이다. 나이 서른 중반을 넘은 야구팬은 이렇게 동류의식이라는, 응원의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조민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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