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사람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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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금태섭, 사랑을 건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성격 좋고 모범적인 친구들만 있는 사람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얼마나 모자라면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만 둘러싸여 살아가야 할까.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어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쟤랑은 놀지 마라”고 충고하는 것도 너무 착한 친구만 사귀다가 인생 심심하게 될까봐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친구 중에 성질 급하고 사고만 쳐대는 사람이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면 존경심에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저분은 얼마나 훌륭하시기에 저렇게 못된 놈들을 데리고 다니실까. 그런 나쁜 친구들 덕분에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나에게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ㄹ선배, ㅎ선배, ㅈ선배가 그들이다. 같은 일을 하다가 알게 된 분들인데 업무 실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깊이(매우, 매우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적으로도 그리 나쁜 분들은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정말 못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만나기만 하면 서로 싸운다는 것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마초들이다 보니 지는 건 절대 용납 못한다. 사소한 일로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금방 주먹이 오고 갈 것 같다. 심심풀이로 포커를 칠 때도 카드 뒷장에 손톱으로 표시를 하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나이도 들 만큼 든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듣다 보면 유치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선배들과 한참을 앉아서 놀다가 문득 드는 생각은 이런 사람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는 데는 엄청난 기교와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박쥐처럼 군다는 말을 하지만, 이 사람 앞에서 이 소리 하고 저 사람 앞에서 저 소리 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진심이 느껴지는 박쥐 짓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못된 선배들이 내 곁에서 함께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면 정말 가슴 벅차오르는 뿌듯함을 느낀다. “해냈어! 나도 나쁜 친구가 있는 거야! 내 인생도 헛되지 않았어!” 친구를 골라 사귀는 것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좋은 친구만 만든답시고 까다롭게 굴다가 친한 사람 한 명 없는 불쌍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히려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하나의 도전이라고 여기고 친해져 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정말 못된 놈, 진짜 이해하기 어려운 놈이라고 여기는 사람과 마음을 열게 될 때의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원래 절친한 친구는 고르는 것이 아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옛말에도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속수무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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