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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2 19:36 수정 : 2009.09.02 19:37

금태섭, 사람을 건너다

[매거진 esc] 금태섭, 사랑을 건너다





“그는 완벽한 남편이었다. 결코, 바닥에서 무엇을 줍는 법이 없었고 문을 닫는 일도 없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여주인공 페르미나 다사의 남편 우르비노 박사를 묘사한 장면이다.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을 비롯하여 많은 걸작을 썼지만 이 구절만큼 대한민국 여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은 없을 것이다. 남자들은 정말 이기적이고 뻔뻔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른다.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열등한 종족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남자들 스스로 쓴 문서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요즘은 조금 보기 힘들어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건 기록 속에서 각양각색의 ‘각서’나 ‘서약서’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한 번만 더 술 마시고 주정하면 손가락을 자른다”, “사랑하는 연희씨 외에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면 즉시 이혼하고 전 재산을 준다.” 손가락이 몇 개나 되는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미련 없이 자르고 바친다는 걸로 봐서 큰 잘못을 저질렀으리라 생각한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치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변호하련만, 반성하는 모습도 얄팍하기 이를 데 없다.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반입 요청을 받는 책 중의 하나가 ‘팝송 대백과’류의 책이다. 밴드를 할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책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팝송 가사를 베껴서 아내나 애인, 여자친구에게 반성과 애정의 편지를 쓰겠다고 한다. “이왕이면 우리나라 가요를 참고하는 것이 편하지 않겠느냐”고 다시 물으면, “가요는 누구나 아는데 그걸 베끼면 당장 들키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반성문마저 몰래 베끼려 들다니. 어찌 가증스럽지 않은가.

그렇다고 남자들이 당당한 자세로 일관성을 유지해서 ‘나쁜 남자’의 매력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완벽한 남편’ 우르비노 박사, 젊은 시절 너무나 곧고 힘찬 오줌 줄기로 학교의 오줌 조준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그는 변기 주위를 축축이 적셔서 아내로부터 혼이 나곤 한다.(많은 가정에서 이 문제로 분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처음에 화장지로 변기 주위를 닦아 해결을 하던 그는 결국 아내가 하듯이 앉아서 볼일을 보는 굴욕을 감수하게 된다. 남자는 나쁠 뿐만 아니라 비굴하기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남자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다시 또 남자에게 속는 것이다. 왜 여자들이 남자들과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는가. 남자로서는 절대 풀지 못할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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