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사람을 건너다
|
[매거진 esc] 금태섭, 사람을 건너다
직장에서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 해결 방법은 대체로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윗사람의 뜻을 무조건 따르는 것. 둘째 토론을 거쳐서 상사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 셋째 논리적인 근거를 대면서 내 의견을 관철하는 것. 넷째 우격다짐으로 반항하는 것. 이 중에서 셋째 방법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여긴다면, “당신은 아직 멀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상사 쪽에서 볼 때 결론에서 부하 직원의 의견을 따르면서도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짜증스러운 일은 없다. 겉으로는 칭찬할지 몰라도 다음번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도 많은 직장인이 속에서는 열불이 나더라도 겉으로는 무조건 지시를 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상사는 이런 모습에 속아서는 안 된다. 존경하는 부장님들께, 부하 직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런 비밀 몇 가지를 말씀드린다. 첫째, 툭하면 무용담을 늘어놓는 상사는 미움을 받는다. 특히 식사 시간에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은 고문이라고들 생각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진짜 쿨한 경험담을 들을 때면 직원들도 즐거워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우주비행을 해보았거나, 젊어서 유명한 연예인과 삼각관계에 놓인 일이 있거나, 혹은 부업으로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자랑을 해도 좋다. 퇴근 후 스크래치를 하는 부장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하지만 위의 세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자기 얘기는 안 하기를 권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뻔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야말로 존경심을 잃어버리게 하는 길이다. 그리고 나도 경험해서 하는 말이지만 상사가 하는 경험담치고 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둘째, 직원들의 사생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언제 결혼할 건지, 혹은 셋째 아이는 가질 계획인지 묻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쿨한 부장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사소한 일에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나는 한때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반찬을 집어주는 부장님을 모시면서 사표를 쓸까 심각하게 고민한 일이 있다. 만일 당신의 부하가 생선 눈깔이 맛있는데 왜 안 먹느냐며 젓가락으로 집어 밥에 올려놓아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마지막으로 업무에 관해서 한마디. 만일 당신이 엄격하면서 동시에 자상한 지도로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30%쯤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말 착각이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하루종일 아이 옆에 붙어 있어보라. 그만큼 성적을 올릴 자신이 있는가. 시켜서 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직원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이번만은 반드시 잔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야말로 참아야 할 때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달라. 우리도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을 대신해서 부장님들의 건투와 만수무강을 빈다. 금태섭 변호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