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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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 극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세분화되는 디자인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은 계절이 변하듯 변덕스럽게 변하는데 정말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가능할까? 이를테면 어린아이에게 4인용 식탁이란 너무도 거대한 것이다. 지금은 두 손가락으로도 휙 잡는 물컵이 어렸을 때엔 너무 커서 손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할머니에게 금성 세탁기의 덮개는 무거웠고, 아파트 계단의 스테인리스 난간은 너무 차가웠으며 요강은 한밤중 꼭 필요한 보물단지 같은 디자인이었다. 나는 지금 꼬마도 할머니도 아니지만, 내가 실내에서 유토피아를 이루지 못한 여러 이유들이 아직 많다. 가까운 이유를 찾으라면 그건 플러그 사용법에 있다. 전자레인지의 콘센트를 뽑고 그 자리에 다리미의 전원을 연결하려고 할 때 좌절한다. 자석처럼 꽉 붙은 플러그가 바닥에 놓인 멀티탭에서 도통 잘 빠지지가 않는 것이다. 힘이 결코 약하지 않은 내가 이 정도 일도 못하다니, 사물과 친해지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이 까다롭고 예측 불허인 인간들을 만족시키느라 디자인은 오늘도 변화한다. 젊은 디자이너가 만든 전기 플러그에서 그 변화를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발명가를 꿈꾸었다는 디자이너 강순모씨는 툭 하고 몸체를 누르면 소켓에서 분리되는 플러그 ‘톡툭’(Tok took·왼쪽)을 만들었다. 무척 힘들게 전기 콘센트를 꽂았다 뺐다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할머니를 위해 이 사물을 만들었다. 플러그 톡툭에는 볼펜을 눌러 심을 나오게 해서 쓰고 스위치를 눌렀다 켜는 우리 주변의 심플하고 친근한 원리가 담겨 있다. 위트 있는 이름처럼 하얀 플러그 몸통을 가볍게 톡 눌러 소켓에 접촉시키고 다시 툭 눌러 분리하는 방식이다. 거창한 위장술은 없지만 배려심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분리되는 플러그 ‘톡툭’(Tok t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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