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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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 극
아줌마파마 vs 올림머리
어렸을 때 꿈에 아빠가 나왔는데 보통때와 모습이 사뭇 달랐다. “나 머리 스타일 바꿨어” 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아빠의 머리가 파마로 변해 있었다. <둘리> 마이콜보다 더 뽀글뽀글 풍성한 것이 딱 아줌마파마(아래)였다. 꿈이었지만 충격이었다. 분홍 보자기라도 씌워서 새로운 파마머리를 세상으로부터 숨겨야 한다, 아빠의 지휘력은 땅에 추락했다, 남들은 우습겠지만 나에겐 슬픈 일이라고 낙담하며 꿈에서 깼다. 그때 아빠의 지휘력이야 “집에 올 때 간식 사올까, 비행기를 태워줄까?” 정도였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파마를 한 남자는 지도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게다가 그이가 검찰총장이라면? 개인의 스타일은 국가 권위를 주제로 하는 ‘파마머리론’으로까지 번진다. 지난주엔 김준규 검찰총장의 곱슬머리가 문제였다. 일간지 1면에 ‘파마머리’라는 단어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좋게 봐서 ‘강마에’ 정도였기에 망정이지, 아줌마파마였다면 큰일 날 뻔했다. 파마나 (논)하고 있으니 검찰 권위가 우스워진다는 소란에는 파마머리에 대한 편견이 숨어 있다. 파마머리가 어때서? 유럽 왕실의 일부 왕자들도 태생적 곱슬과 파마를 겸하고 있는데? 파마라고 모두 다 같은 파마는 아니다. 미스코리아 파마처럼 과시용 펌도 있지만 아줌마파마는 특히 권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머리카락에 힘을 빳빳하게 줘서 파마가 잘 풀리지 않게 오래가도록 하는 이 경제적인 파마는 라면 면발을 닮았다. 미장원 현장에선 머리통에 딱 달라붙은 채 탱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마발은 면발 불어나듯 풀어지며 효력을 잃는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음식 라면이 그렇듯, 아줌마파마는 다시 말면 된다.
올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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