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게임. 한겨레 자료사진
|
[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 극
집단의 목적을 위한 ‘매스게임’ vs 자기 멋에 도취되는 ‘에어로빅’
인터넷에 올라온 삼성 신입사원들의 매스게임 동영상을 봤다. 로봇 청소기 광고가 익숙한 요즘 기계처럼 단합된 사람의 움직임이 낯설다. 매스게임을 관람하면 ‘와, 굉장하군’ 할 수 있지만, 참여하는 1인은 피곤하고 긴장되며 기계 부품처럼 전체를 위해 수고해야 한다. 멀리서 보면 ‘새천년 희망차게’ 같은 글자를 읽을 수 있어도 그 속의 1인이 희망찬 마음을 품고 있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매스게임에 동원되어 보면 안다. 이런 매스게임(아래)의 기원은 무척 멀리 간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시작해 중세 후기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 피라미드 모양을 만들거나 집단 춤을 췄다. 19세기 독일에선 학교 체육 시간에 행진운동, 기구체조 등을 했고 1862년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육단체인 ‘소콜’(Sokol)을 조직해 집단체조를 전파했다. 20세기를 맞는 유럽의 나라들에 매스게임은 국가의 집단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치적 방편이었다. 매스게임은 여러 명의 동작이 모여 큰 ‘형태’를 만든다. 제멋대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짜인 구성과 몸의 형태에 따라 참여자들은 제대로 잘 훈련되어야 한다. 매스게임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봐달라고 하는 체조다. 균일한 움직임을 통해 모형이나 글씨, 숫자 등을 만든다. 그런데 매스게임의 완성은 훈련 그리고 일정한 고통과 관계한다. 모든 운동에 가벼운 고통은 따르지만 매스게임은 몸을 최대한 긴장한 상태에서 절도 있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매스게임의 목적인 집단미와 건강미를 표현할 수 있다. 한 명이라도 대열에서 튀어나오는 망가진 매스게임은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어렵다.
에어로빅. 한겨레 자료사진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