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손에 손 잡고> vs 비틀스 <서전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
|
[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극
어떤 디자인은 사람의 식욕을 자극한다. 어떤 디자인은 사람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귀를 자극하는 디자인도 있을까. 디자인을 접하는 순간, 제품에 담긴 소리나 노래가 듣고 싶어서 안달 나는 그런 디자인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디자인이란 개인과 집단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이상한 알약 같다. 노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가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의 데뷔 앨범이나 최근 출시된 앨범 디자인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1980년대 스타의 사진이 박힌 책받침이 대유행한 데서도 알 수 있듯 가수의 사진이 실린 앨범 커버는 음반을 ‘가장 듣고 싶은 이미지’로 손쉽게 포장한다. 최근엔 지드래곤이나 소녀시대 앨범같이 단숨에 눈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재킷이 주를 이루지만 해당 스타의 우상화에 냉담한 이들은 나열된 허벅지나 흰색 헤어스타일에 쉽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독사진으로 스타를 이상화하는 방식과 달리 1967년 발매된 비틀스의 <서전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는 비틀스가 선택한 스타의 이미지를 콜라주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원색 사령관복을 입은 비틀스 멤버 곁에는 마릴린 먼로, 말런 브랜도 등의 대중문화 스타 60여명이 서 있다. 카를 융, 프로이트 등의 학자도 있고 데뷔 초 비틀스의 모습도 왼쪽 구석에 엉거주춤 자리했다. 존 레넌이 예수와 히틀러를 제안해 넣었다가 뺐다는 후문도 있다. ‘론리 하트’ 앨범 작업엔 영국의 미술가 피터 블레이크가 참여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작품에 조합해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흩뜨려 놓는 데 열중했던 30대의 피터 블레이크는 스타의 이미지를 실제 크기만한 하드보드지로 잘라냈다. 일부는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해줬다. 비틀스 멤버 뒤에 있는 이미지들은 모두 실제 사람만한 크기로 ‘외로운 마음’ 밴드의 가상 무대에 불려나온 형국이었다. ‘론리 하트’라는 가상의 브라스밴드가 가상의 청중에게 퍼포먼스를 한다는 이 앨범의 개념은 여전히 신비롭다. 잘린 채로 집합된 스타의 이미지들은 비틀스가 꿈꿨던 가상의 화합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잠정적인 화합일 뿐, 노래 ‘위 아 더 월드’처럼 직접적인 화합은 아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배경으로 자주 들린다는 점은 다양한 20세기의 스타들이 따로 또 같이 공존하는 커버 디자인과 닮았다. ‘88 서울올림픽’에 맞춰 발매된 코리아나의 앨범 <손에 손 잡고>의 커버도 가수의 사진 한 방을 밀어넣는 고전적인 방식은 취하지 않았다. 스타의 이미지를 중심에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커다란 운동장, 즉 공동체가 모여 있는 이미지를 썼다는 점에서 비틀스의 표지와 묘하게 닮았다. 하지만 스타들의 이미지가 충돌하듯 조각조각 배치됐던 비틀스의 앨범과 달리 <손에 손 잡고>는 올림픽 주경기장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진다. 스타의 사진을 크게 실어 우상화하진 않았지만, 경기장 속의 깨알만큼 작은 점으로 남은 개인들은 올림픽 자체를 우상화하는 요소다. 이 경기장에선 어떤 이미지의 충돌도 없을 것 같다.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극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