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환경미화원 근무복 VS 아폴로11호 달 착륙 당시의 우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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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극
‘너와 나 우주선 타고 우주여행 하자. 여기서 얼마나 멀까요. 아직 멀었을까. 지구도 아름다워.’ 1971년 바니걸스가 부른 ‘우주여행’은 에코 가득한 목소리로 우주의 경이를 노래한다. 이 노래는 별세계에 빠진 유별난 사람의 망상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이후 우주 방문은 당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특히 시각적으로 민감한 이들에게 암스트롱이 입고 있던 우주복은 획기적인 신세계를 보여주는 아이콘이었다. 은빛 색채 앞뒷면에 부착된 각종 장치들, 무엇보다 풍선처럼 육중해 보이는 우주복은 언뜻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걸 입으면 현실의 궤도에서 이탈해 우주에서 살아있을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 옷이란 말인가? 우주복에는 사이키텔릭한 미감이 있고, 몸 형태를 완전히 덮어버려 위장의 기능도 있을 듯 보인다. 우주복은 공상과학영화, 만화, 장난감 모델 등에 끝없이 재현됐고 실용적인 유니섹스 의상 붐으로도 이어졌다. 카르댕, 쿠레주 등의 패션 디자이너는 뿔 모양의 모자, 기하학적으로 길게 떨어진 원통형 옷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주복에 대해 품었던 판타지와 우주복의 속사정은 딴판이었다. 우주복은 진공에서 신체 파열을 방지하는 절체절명의 목적을 위해 첨단 과학기술과 막대한 자본, 국가의 정치력에 의해 디자인된 것이었다. 우주복은 그 옷을 입을 오직 한 사람의 행동습관과 신체 특성에 따라 1인 맞춤복으로 제작되는 국가적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대중이 열광했던 패션의 측면보다는 장치, 미션 성공이 중요했다. 배설물의 임시 저장, 의사전달, 눈 보호를 위한 장치 등 세분화된 부착물이 가득했다. 우주에 발을 딛고 올 것이냐, 땅을 파보고 올 것이냐는 미션에 따라서 캡슐처럼 엇비슷해 보이는 외부 디테일이 변화했다. 땅에서 최대한 발을 뗀 비현실적 의상이 우주복이라면, 땅에 가장 가깝게 발을 딛고 있는 의상 중 하나로 서울시 환경미화원 근무복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새 우주복 개발에 몰두해 있듯, 서울시도 형광연두색 근무복을 새로 개발했다. 대중의 환호를 받지는 못한다는 점, 특별한 한 명이 아닌 6400여명의 집단 의상이라는 점에서 우주복과 미화원복은 정반대의 디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주복이 우주탐사인과 외계인을 구별해 주듯, 미화원복은 거리에 있는 수만 가지의 옷 중 가장 식별이 쉬운 옷이라는 점에서 우주복과 닮아 있다.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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