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 펜(왼쪽)과 소니 노트북 바이오 엑스(X)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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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브랜드의 핵심 역량 극대화해 대박난 올림푸스 펜과 소니 바이오 X시리즈
복고(復古) 디자인, 클래식 디자인, 레트로(Retro) 디자인 등이 찬밥처럼 식은 틈을 뚫고 ‘엣센스’(Essence)라는 키워드가 나오고 있다. 영어 사전의 겉표지에서 익히 봐왔던 이 단어의 뜻은 아주 깊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물의 본질, 정수(精髓), 진수’ 등으로 나오는데, 그 느낌은 대략 뼈 속에 고인 골수를 만지작거리는 것 정도다. 한마디로 최대한 깊숙한 곳까지 더듬어 디자인하라는 얘기다.
여기서 디지털카메라 하나를 집어 들자. 출시 2시간 만에 매진되었고,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그래서 좀처럼 가격이 추락하지 않는 올림푸스 펜(PEN)이다. 언뜻 보이는 이 디카의 장점은 작은 몸체임에도 불구하고 렌즈를 바꿔 끼면서 디에스엘아르(DSLR)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 일반 디에스엘아르보다 작은 ‘마이크로포서드’라는 새로운 포맷을 채용했고, 빛을 굴절시켜 동그란 뷰파인더로 볼 수 있게 한 ‘펜타프리즘’까지 삭제해서 최대한 작게 만들었다.
올림푸스 펜의 진짜 마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50년을 거슬러 올라 1959년에 나온 최초의 올림푸스 펜을 더듬어야 지금의 펜을 이해할 수 있다. 모두가 허벅지만한 카메라에 엄지발가락만한 필름을 넣어 셔터를 누르던 시절, 올림푸스 펜은 ‘하프-프레임’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들고 사뿐하게 출시됐다. 하프-프레임이라는 건 말 그대로 필름 한 장을 절반으로 나누어 찍는다는 뜻. 그래서 24장짜리 필름을 넣으면 48장을 찍었다. 크기도 매우 작아서 한 손으로 들고 찍기 쉬웠으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손에 쥐고 쓰는 펜(Pen)처럼 쉽게 찍는다’ 하여 ‘펜’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다. 이후 펜은 전세계에 수많은 팬(fan)을 거느리며 수직 상승(하다가 1986년에 전자동 콤팩트카메라에 밀려 단종되긴)했다.
50년 만에 나와 순식간에 동이 난 ‘펜’에는 올림푸스의 이런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대의 조상이 필름 반쪽에 찍었듯이, 2009년식 펜도 디에스엘아르보다 작은 시시디(CCD·영상을 디지털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쓴다. 거울과 프리즘을 통해 빛을 굴절시켜 화상을 볼 수 있는 펜타프리즘은 이번에도 없어졌다. 작은 렌즈 규격을 사용한 것도 예나 지금이나 같다. 생긴 것도 많이 비슷하다. 올림푸스의 ‘엣센스’를 어루만지며 디자인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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