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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30 21:37 수정 : 2009.09.30 21:40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디자인 정체성 희박한 쏘나타 시리즈…YF쏘나타의 부릅뜬 헤드램프 택시로 만나기 무서워





쏘나타가 멋지게 나왔다. 크고 우람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매서운 헤드램프, 옆구리에는 날카로운 주름을 넣고 뒷유리창을 낮게 눕혀서 스포츠 세단처럼 날렵하게 디자인했다. 눈에 들어오는 신형 쏘나타는 이전보다 백배 날렵해졌는데, 엔진은 딸랑 2마력이 세졌다. 껍데기는 쿠페형 세단으로 날래게 바뀌었지만 속에 든 엔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디자인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데, 겉은 확 바뀌었지만 속은 아주 약간 변했다. 쏘나타의 강렬한 변신을 표현할 고성능 엔진, 이를테면 매콤한 터보 엔진이 함께 등장했다면 디자인이 훨씬 뿌듯했을 것이다. YF쏘나타(사진)의 매서운 얼굴을 보면 괜히 칼칼한 배기음의 터보 엔진이 생각나서 하는 말이다.

기존 쏘나타와 완전 다른 느낌도 문제는 문제다. 세상에, 이름이 24년 동안 ‘쏘나타’인데 생긴 건 5~6년마다 확확 바뀐다. 이번에는 변화의 폭이 특히 상당하다. 기존 NF쏘나타가 정중하고 온화한 중형 세단이었던 데 반해, 신형 YF쏘나타는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쿠페형 세단이다. 결과적으로 이름은 그대로지만 기본 개념부터 확 뒤틀렸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 대표 중형차 브랜드인 ‘쏘나타’의 정체성은 쌓이질 않는다. ‘폴크스바겐 골프’ 하면 ‘차돌처럼 단단한 느낌’ 같은 게 차오르는데, ‘쏘나타’ 하면 ‘그나마 잘 만든 2리터 중형 세단’밖에 남는 것이 없다. 이런 건 대한민국이라는 뻔한 시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지만, 세계로 나가 경쟁할 때는 문제가 된다. 지구상엔 ‘그나마 잘 만든 2리터 중형 세단’이 쏘나타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건 쏘나타의 공공디자인적 유감이다. 솔직히 쏘나타는 어떻게 만들어도 많이 팔리게 되어 있다. 국가대표 2리터 중형차로서 확실한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과 꼭 맞지 않아도 타는 경우가 꽤 되고, 렌터카나 회사 업무용 차, 택시 등으로 만나는 경우가 꽤 된다. 마치 공공시설물처럼 눈을 질끈 감고 피해 다니기 전에는 어떻게든 마주치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 한창 도로를 달리고 있는 NF쏘나타는 있는 듯 없는 듯 반듯하고 성실하게 도시를 움직여 왔다. 좀 싱겁긴 했지만, 그 수수한 외모 자체가 공익성을 갖고 있어서 볼 때마다 은근히 뿌듯했다. 조만간 YF쏘나타가 이 역할을 이어받는다. 이어 공중전화 부스보다 많은 수의 YF쏘나타가 도로를 메우게 될 것이다. 강렬하고 열정적이면서 역동적인 YF쏘나타가 주름잡는 도시는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꽃담황톳빛 YF쏘나타 해치 택시도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 생긴 거야 개인의 취향이니 접어두더라도, YF쏘나타의 뒷자리에 탈 때는 좀 조심하는 게 좋겠다. 현대차 영업소에 가서 타고 내려 봤는데, 머리를 푹 숙이고 타지 않으면 문틀에 머리를 박을 수도 있겠다. 어제도 두 번이나 박았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아울러 작금의 쿠페형 세단, 폴크스바겐 CC, 벤츠 CLS, 재규어 XF의 뒷자리에 탈 때도 머리를 푹 숙일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하지만 전광석화 같은 포르셰 파나메라(4인승 세단)에선 그럴 필요 없다.

장진택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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