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촬영 감독들 사이에서 최고 화제인 레드 카메라. 장진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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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관공서에 불어닥친 디자인 경영, 핵심은 세심한 계획 디자인 경영이 한창이다. 기업을 넘어 관공서까지 디자인 경영하느라 바쁘다. 여기저기 디자인이란 단어가 많아졌고, 신문에는 디자인 칼럼까지 많이 등장한다. 디자인과 함께 ‘창의’(創意)도 참 많이 나온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서울특별시는 창의 시정이라는 단어까지 쓴다. 하지만 사전에서 찾은 두 단어는 꽤 거리가 있다. ‘디자인’에는 계획하는 느낌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반면, ‘창의’에는 뭔가 기발한 것을 만드는 행위가 들어 있다. 그러니 ‘디자인=창의력’이라고 간주하지 말라는 얘기다. 어느 정도 함께 등장할 순 있지만, 동일한 단어는 아니다. 또한 디자인이 곧 창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직원들에게 뭔가를 창조하라고 하지도 말자. 먼 산 보고 머리 굴린다고 해서 창의되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또하나의 오류는 디자인을 미술과 지나치게 혼동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일단 그림을 잘 그리고, 미술가처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술대학에 디자인과가 속해 있어 이런 오해가 많긴 하지만, 디자인은 앞에서 말했듯이 계획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기업형 디자인연구소를 만든 지엠(GM)은 포드의 대량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서 디자인 팀을 만들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의해 쉴 새 없이 찍어내는 포드에 맞서기 위해 1년마다 모델을 바꾸기로 했고, 1년마다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면밀히 계획하기 위해 디자인 팀을 만든 것이다. 이 계획 중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관한 조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상품 기획, 이것을 토대로 만든 스케치와 렌더링(완성 예상도) 등의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아직도 디자인 경영이 모호하게 잡힌다면 선글라스 회사 오클리의 대장, 제임스 저나드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그는 1975년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영어권 국가에서 이미지가 꽤 좋은 오클리 가문의 성을 회사 이름으로 했다. 무작정 자신의 성을 내세우지 않고 이미지를 먼저 생각한 것부터가 기발한 디자인이다. 이후 여러 가지 제품을 통해 오클리의 이름을 높였고, 돈도 많이 벌었고, 최근에는 레드(Red)라는 이름의 무비카메라를 개발하면서 부쩍 주목받고 있다. 이미 촬영 감독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카메라는 고객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제임스 저나드는 이 카메라의 사용자 포럼을 직접 운영하면서 의견을 수집하고, 계획을 잡고, 그것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모듈 타입으로 부품이 분리되는 신개념의 디지털 캠코더를 창조했고, 건강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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