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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1 21:09 수정 : 2009.07.01 21:09

2009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예상도. 운동장 중심에 여러 구조물이 들어서고, 하늘에는 도넛 모양의 구조물이 뜨게 된다. 장진택 제공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지난해 비판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2009 서울디자인올림픽

처음 공개되는 이 사진은 2009 서울디자인올림픽(SDO)의 예상도 중 하나다. 그러니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다. 아무튼 이번 디자인올림픽은 경기장 중심에 있는 푸른 잔디 위에서 펼쳐지고, 그곳에 내리쬐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사진처럼 도넛 풍선들이 두둥실 뜨게 된다. 주최 쪽에서는 이것을 최종 시안으로 뽑고 가능성 여부를 타진중이다. 세계 최초로 만든 대형 구조물이어서 그림처럼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면, 조각보를 닮은 천들이 공중에 휘날리게 되는데, 예상도로 보나 개념으로 보나 도넛 모양보다 감동이 떨어진다. 어쨌든 잔디밭에 발도 못 붙이게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잔디밭 위를 박지성처럼 달리다가 둥실둥실 떠 있는 흰색 도넛들을 보며 디자인올림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확 바뀔 예정이다.

하긴 작년의 디자인올림픽을 생각하면 삼십만 개의 노심초사가 머리를 가득 메운다. 폐품 옷을 입은 종합운동장 속에 복잡한 동선으로 연결된 전시품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별로였고 너무 광활한 공간도 문제였다. 그래서 좋은 소리를 못 들었고, 3개월이 넘게 남은 2009 서울디자인올림픽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 이것저것 삐딱하게 걱정하는 필자에게 서울디자인재단 심재진 대표가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말을 고등학교 시절보다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맞는 말이다.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방법이 또 있겠나.

생각해 보면 세계 어디에도 이토록 열심히 디자인하는 도시는 없다. 그래서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거겠지. 디자인과 올림픽을 나란히 연결한 이름도 서울시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올림픽을 열었던 국제 경기장이 디자인 행사에 동원된 것도, 그곳에서 199만 관객이 디자인을 함께 느꼈던 것도 세계 최초였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일어나는 일들에 너무 매운 채찍을 드는 게 아닐까.

심재진 대표는 현재의 준비과정을 얘기하는 중에 “디자인을 쉽게 즐기도록 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디자인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라며 “말로만 ‘시민’이 아니라, 아들, 조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래서 아주 쉽고, 재미있는 디자인올림픽을 디자인하는 중”이라고 한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운동장에서 한눈에 보이는 곳에 대부분을 전시할 것”이라며 복잡한 동선에 대한 걱정을 덜어 줬다. 잔디밭이 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오는 10월에는 지난해처럼 삐딱한 칼럼이 이 지면에 등장하지 않길 바란다. 2009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열리는 10월9일 전까지는 밝은 희망으로 기대할 것이다.

참, 글 중에 등장했던 서울디자인재단은 SDO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세계디자인수도 사업 등, 서울시 디자인 정책의 주요 업무를 실행하기 위해 마련된 디자인 전문가 집단으로서, 2008 SDO가 끝난 직후 발의되어 올 2월에 설립됐다.

장진택〈GQ〉 편집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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