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함께 고민하는 작업이다. 뒤에 있는 사람은 BMW의 디자인 대장, 아드리안 판 호이동크. 사진 BMW MED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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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여러 명의 팀 작업으로 완성되는 산업디자인 … 디자이너 개인 독려는 약이자 독
디자인은 음악, 시, 소설, 그림처럼 한 사람의 무대가 아니다. 아이디어와 엔지니어링, 논리와 기술, 역사와 사회까지 모두 버무린 종합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는 산업디자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특히 대기업 디자인팀은 팀 단위로 디자인을 진행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고 “디자이너가 누구냐?”고 물으니 무더기로 나올 수밖에. 한 사람만 정해 달라고 하면 가장 윗사람이 나가거나, 프로젝트에 가장 공이 컸던 사람이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제품을 디자인한 한 사람이 아니다. 여러 명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미디어에는 마치 그가 모든 걸 창조한 디자이너로 추대된다. 이내 옆에서 도운 디자이너는 김이 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니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조직은 디자이너 인터뷰를 기피하는 편이다.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대장, 페터 슈라이어도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어렵게 인터뷰 했을 때 그는 “무슨무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세간에는 그가 아우디TT, 폴크스바겐 골프,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디자인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입에선 그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 중 1명으로 언급됐다.
손에 쏙 들어오는 휴대폰을 보자. 외관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있고, 화면 속에 들어가는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이가 또 있고, 스케치가 들어가기 전에 전략을 잡는 디자이너가 있고, 표면의 소재와 컬러를 디자인하는 사람, 포장할 박스를 디자인하는 사람, 엔지니어링 디자이너라 해서 컴퓨터 설계 쪽에 관여하는 디자이너가 또 있다. 2만개의 부품으로 조립되는 자동차는 포병 중대 규모다. 겉으로 보기엔 외관 디자이너와 실내 디자이너가 전부인 것 같지만, 손잡이, 휠, 핸들, 라디에이터 그릴, 룸램프, 계기판, 열쇠까지 각각 다른 디자이너가 투입된 경우가 많다. 엉덩이에 붙은 차 이름 서체 디자이너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러니 누가 디자인했는지 궁금해하지 말자. 어느 누구도 “내가 그거 디자인했다”고 호언장담하지 못할 테니.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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