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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0 18:46 수정 : 2009.06.19 14:29

2월 발표된 해치택시 시범 디자인. 6월 새로 태어날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장진택 제공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운행 현실 고려안한 해치 택시,
행인 위협하는 서울의 아이콘 될라

서울시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넣어 행하는 일에 ‘옆차기’ 하려면 아마 〈esc〉 전체가 필요할 거다. 동대문운동장에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건물을 올리자는 결정, 올림픽 경기장에서 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한 것, 반포대교 옆에 분수 단 것 등, ‘디자인 옆차기’에 좋은 재료들이 풍년이다. 그렇다고 ‘해치’(전설의 동물인 해태의 원말, Haechi)에 관한 것만 언급하자니, 그것도 한 면 전체가 빠듯해 보인다. 그래서 지면 관계상, 해치택시만 말하기로 했다. 이것도 넉넉한 지면은 아니지만.

우선 오세훈 시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월 해치택시를 발표하면서 “해치택시가 서울의 거리 경관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서울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서울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원대한 포부는 십분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해치택시 기사의 말을 여러 단계 순화시켜 옮기면 “서울시 공무원이 자동차 공기역학을 잘 몰라서, 차 지붕에 너무 큰 표시등을 올린 것 같다. 속도 좀 붙으면 바람 소리가 나고, 지붕이 떨리기도 한다. 팍 떨어져 날아가 누군가의 두상에 맞아 혈액을 봐야 할 텐가?”

이런 원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시는 해치택시의 디자인을 아주 약간 변경해서 오는 6월부터 태어날 새차부터 꾸준히 적용할 것이라 했다. 지금 것은 시범 적용이었고, 6월부터 진짜 해치택시가 나오는 것이다. 말 많았던 ‘대형’ 택시 표시등을 약간 작게, 도안은 (서울시에서 ‘꽃담황토색’이라 부르는) 주홍색을 약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서울 곳곳에서 가끔 출몰하는 주홍색 택시는 인터내셔널 택시, 관광 택시라고 불리는 외국인 택시로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사가 타고 있다. 이 택시는 서울에 120대가 돌아다니고 있다.

아무튼 서울의 택시는 이렇게 바뀔 전망이다. 오세훈 시장의 말대로, 해치택시가 서울의 경관을 아름답게 바꿀지, 세계인에게 서울을 알리는 아이콘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프랑스에 출장 갔다가 해치택시 이야기를 꺼냈더니 “한국엔 택시가 해치백(hatch back,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이냐”며 놀라더라. 그러지 않아도 외국인에겐 해치(Haechi)가 해치(Hatch)로 헛갈린다. 그런 해치 뒤에 택시가 붙으니 현대 아이써티나 기아 프라이드처럼 엉덩이가 뚝 잘린 해치백 승용차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이 해치는 그 해치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호랑이처럼 생긴 전설 속 해치를 설명하진 못했다. 그날따라 영어가 잘 안되더라고.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기왕 이름이 해치로 된 거, 모두 해치백 택시로 바꾸면 어떨까? 꽃담황토색 아이써티와 쏘울이 활보하는 서울을 상상해 보자. 어려운 경제 상항에 에너지 효율도 좋아지고, 국민성도 합리적으로 바뀌(어 보일 테)고, 일단 느끼한 세단에서 담백한 해치백으로 확 바뀌니까 갑자기 아름다워질지 모른다. 커다란 엘피지(LPG) 통과 협소한 짐칸이 문제이긴 하군.

장진택 〈GQ〉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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