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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1 20:50 수정 : 2009.06.19 14:30

1. 플라스틱으로 정갈한 단순함을 구사한 플레모맥스 스피커. 2. 아이팟 나노. 심플함의 대명사답다. 3. 아이리버 E50. 사진 장진택 제공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단순한 디자인 제약하는 한계들…
디자이너 소심함도 한몫

심플한 디자인의 권좌, 존 마에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총장은 자신의 저서 <단순함의 법칙>을 통해 “단순한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창했다. 또한 이 시대 디자이너들을 향해 “필요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는 바로 제거하라, 고유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줄이고 숨기라”며, “단순함을 추구할수록 경제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걸 읽은 디자이너의 마음은 한결같다. “심플 좋은 거 누가 모르나!” 맞다. 심플한 디자인이 좋은 건 장인어른도 익히 알고 계신다. 하지만 심플해지기가 그다지 심플하지 않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디자이너는 오늘도 고민한다. 빳빳하게 펴진 심플한 마음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심하게 구겨지기 때문이다.

심플하고 싶어도 심플할 수 없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생산에 관련된 문제다. 대부분의 제품 외관은 플라스틱을 녹여서 만든다. 그런데 이것이 녹고 굳는 과정에서 심플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굳으면서 수축하는 플라스틱의 특성 때문에 어느 부분이 함몰되거나, 휘거나, 쪼그라드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걸 잡아내기 위해 플라스틱의 배합이나 온도, 혹은 밀어내는 압력을 조절하거나, 굳는 속도를 달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금형을 몇 번씩 다시 만들지만, 전반적으로 만만찮다. 그래서 플라스틱 제품에는 유리판처럼 편평하면서 정갈하게 반사되는 면, 한마디로 심플한 면을 넣지 않는 게 보통이다. 조금만 굴곡이 생겨도 ‘옥에 티’처럼 크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이런 변덕을 피해서 다른 소재를 쓰기도 한다. 플라스틱 대신 금속을 녹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비싸고 도색도 쉽지 않다. 또다른 방법으로 아크릴판처럼 편평하게 가공된 판을 잘라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변형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편평한 판의 형태로만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하지만 이런 물리적 한계는 기술의 발전 덕에 쾌속으로 해결되고 있다. 그럼에도 쉽게 심플해지지 못하는 건 만드는 이들의 소심함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너무 단순해서 심심하지 않을까? 아무리 터치스크린이라고 해도 이 버튼은 있어야 해. 다른 회사에 없는 이런 기능이 들어갔으니 로고도 넣고 버튼도 넣어야지. 우리 제품만의 무엇을 넣어야 해.” 소심한 디자이너에게 네모반듯한 풀무원 두부가 명조체로 한마디 한다. “완벽함이란 더이상 더할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것입니다.”

장진택 〈GQ〉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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