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렉스 원형은 당시 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 ‘스페이스 기어’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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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지능화되는 자동차 디자인 베끼기…디자이너 작업노트 슬쩍하기도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는 분명 ‘카피’한 일이 있다. 경영진에서 특정 자동차를 얘기하면 디자인 팀에서는 ‘카피’ 비슷한 것으로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적이 있다. 어느 차종에서는 경영진의 이야기만큼이나 딜러(주로 미국의 거대 딜러)의 입김에 의해 디자인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들마다 ‘카피’에 관한 마음가짐도 다르다. 어떤 이는 도면을 입수해 완전히 베끼지 않은 것은 ‘카피’라고 하지 않는다. 약간 비슷하게 하는 건 ‘무슨무슨 스타일’, ‘최신 트렌드를 따랐다’는 말로 설명한다. 물론 카피를 위해 다른 회사 자동차 도면을 입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역설계’라는 것을 한다. 카피하려는 자동차를 사서 그걸 분해한 뒤에 각각의 부품을 분석해서 설계 도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현대 스타렉스 원형(1997년)과 기아 카렌스 원형(1999년)이 만들어졌다. 스타렉스는 당시 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 ‘스페이스 기어’를 카피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처럼 떠돌았다. 카렌스는 당시 기아와 아무 상관이 없었던 도요타 ‘입섬’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두 차종은 완전히 같진 않다. 따로 보면 비슷한 것처럼 생기긴 했지만, 옆에 두고 보면 똑같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졌다. 2000년도를 넘어가면서 비슷하게 만드는 ‘카피’는 많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최신 트렌드’라는 단어가 들어섰다. 디자이너들은 외국 모터쇼에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바닥 밑까지 카메라를 넣어 찍었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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