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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20:49 수정 : 2009.06.19 14:31

스타렉스 원형은 당시 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 ‘스페이스 기어’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지능화되는 자동차 디자인 베끼기…디자이너 작업노트 슬쩍하기도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는 분명 ‘카피’한 일이 있다. 경영진에서 특정 자동차를 얘기하면 디자인 팀에서는 ‘카피’ 비슷한 것으로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적이 있다. 어느 차종에서는 경영진의 이야기만큼이나 딜러(주로 미국의 거대 딜러)의 입김에 의해 디자인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들마다 ‘카피’에 관한 마음가짐도 다르다. 어떤 이는 도면을 입수해 완전히 베끼지 않은 것은 ‘카피’라고 하지 않는다. 약간 비슷하게 하는 건 ‘무슨무슨 스타일’, ‘최신 트렌드를 따랐다’는 말로 설명한다.

물론 카피를 위해 다른 회사 자동차 도면을 입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역설계’라는 것을 한다. 카피하려는 자동차를 사서 그걸 분해한 뒤에 각각의 부품을 분석해서 설계 도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현대 스타렉스 원형(1997년)과 기아 카렌스 원형(1999년)이 만들어졌다. 스타렉스는 당시 제휴 관계에 있었던 미쓰비시 ‘스페이스 기어’를 카피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처럼 떠돌았다. 카렌스는 당시 기아와 아무 상관이 없었던 도요타 ‘입섬’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두 차종은 완전히 같진 않다. 따로 보면 비슷한 것처럼 생기긴 했지만, 옆에 두고 보면 똑같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졌다.

2000년도를 넘어가면서 비슷하게 만드는 ‘카피’는 많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최신 트렌드’라는 단어가 들어섰다. 디자이너들은 외국 모터쇼에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바닥 밑까지 카메라를 넣어 찍었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최신 트렌드를 꼼꼼하게 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채집된 트렌드는 디자인의 재료로 쓰였다. 이와 함께 재료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방법이 하나 더 동원됐다. 잘나가는 다른 회사 디자이너에게 전화해서 “우리와 함께 일할 생각 없나?”고 떠보는 것이다. 고액 연봉에 낚이는 디자이너에게는 “일단 포트폴리오(그간의 작업내용을 담은 것)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뜻밖의 횡재가 도착한다. 아직 나오지도 않는 자동차의 스케치, 렌더링, 사진 등을 통째로 얻게 되는 것이다.

특급 정보를 다루는 디자이너들에겐 아주 가혹한 보안이 강요된다. 첨단 속에 사는 그들이지만, 휴대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예쁜 조카 사진도 한 장 담지 못한다. 엠피(MP)3 플레이어도 녹음 기능이 있는 것은 사용을 제한당한다. 저장 장치는 일체 갖고 다니지 못할 뿐 아니라, 출퇴근 때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디자인 연구소 밖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제한당한다. 조카에게 자동차 그림을 그려 주는 것조차 금기 사항이다. 이런 글을 쓰는 기자를 만나는 것도 물론, 금지다.

장진택〈GQ〉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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