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8 19:43
수정 : 2009.06.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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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톨도톨한 돌기가 부착되면 전단지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판을 덧대도 붙을 전단지는 붙게 마련(사진 위). 벤치에 팔걸이 비슷한 것을 달아서 노숙자들이 눕지 못하게 했다. 노숙자는 물론 아무도 눕지 못한다(아래). 장진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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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변모하는 거리의 공공 기물 디자인… 노숙자 몰아내는 거리 벤치 팔걸이
가로등 분전함, 전봇대, 가로등 등의 공공 기구물에 오톨도톨한 무늬가 씌워지고 있다. 편평하던 면에 오톨도톨한 돌기가 도열된 판을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후 서울 시내는 조금이나마 청결해졌다. 오톨도톨한 돌기가 무분별하게 부착되던 전단지를 몸소 막아주기 때문이다. 장하다. 하지만 좀 측은한 생각도 든다. 너무 오톨도톨한 나머지 세척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돌기마다 묻은 잿빛 때를 지우려면 치약과 칫솔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 최신형 가로등 분전함은 처음부터 오톨도톨한 돌기가 적당하게 돌출되어 전단지 부착을 피함은 물론, 잘 더럽혀지지도 않는다.
최신형 가로등 분전함의 지붕은 다시 봐야 한다. 구형은 그곳이 아파트 지붕처럼 편평하지만 신형은 한옥처럼 봉긋하게 솟았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펼친 것은 아니다. 기와지붕처럼 빗물을 흘려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전부는 아니다. 가장 큰 뜻은 지붕 위에 무분별하게 올려지는 물건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편평했던 지붕엔 음료수 캔이나 휴지, 담배꽁초 등이 자주 올라갔다. 하지만 경사진 지붕, ‘ㅅ’자로 구부려진 지붕, 원형 지붕엔 쉽게 올리기 힘들다.
한편, 기다란 벤치 중간에는 팔걸이 비슷한 것이 더해지고 있다. 앉는 이의 팔을 고려한 것처럼 보이긴 하나, 실제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벤치에 눕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중간에 팔걸이를 넣은 것이다. 이로써 노숙자들의 불법 취침을 경고문구 없이 금지시키긴 했다. 하지만 철판을 대충 구부려 만든 팔걸이는 너무했다. 보기도 좋지 않거니와, 팔을 올려놓기도 꺼려질뿐더러, 너무 ‘노숙자 추방’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괜히 노숙자를 향한 물대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벤치에 누워 푸른 하늘을 마주하기도 힘들게 됐다.
장진택 〈GQ〉 편집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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