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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9 17:12 수정 : 2009.06.19 14:34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디자인 올림픽’. 관람객이 별로 없어 썰렁하다.

[매거진 esc] 장진택의디자인 옆차기

어색한 구조물과 썰렁한 전시장…세계인의 축제와는 거리 멀었던 서울디자인올림픽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서울시가 서울 디자인 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열었다”는 말 속에 모르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감이 안 잡힌다. ‘세계 디자인 수도’라는 휘황한 권위, ‘서울올림픽’ 사이에 새치기하듯 끼어든 ‘디자인’은 겸연쩍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다. 국제적인 디자인단체에서 2년마다 세계 디자인 수도를 뽑아 그 도시의 디자인 경쟁력을 독려한다고 했고, 서울을 그 첫 번째 도시로 선정했다. 과분한 상을 받은 것처럼 어리둥절하지만 경사는 경사다. 커다란 영광을 안은 서울시는 성대한 잔치를 열어 화답한다. 그것이 서울시 예산, 74억원에 빛나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 거대한 표제에 걸맞게 20년 전 서울올림픽이 열린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행사장으로 삼았다는데, 재미있는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예상대로 디자인 올림픽이 열리는 올림픽 주경기장에는 올림픽스러운 기백이 분실됐다. 맥 빠진 경기장은 마치 조촐한 전시가 벌어진 구청 별관 같았다. 경기 관람을 목적으로 올려진 구조물에 전시를 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적으로) 이색적이다. 주경기장 외벽은 서울시민이 손수 모았다는 폐품으로 거대한 재활용 옷을 만들어 입혔다. 군데군데 폐품으로 분류되기 아까운 물건들이 보이지만, 어느 누구에겐 버려야 했던 폐품이었겠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비탈길을 나눠 전시공간으로 활용했고, 벽돌색 트랙 위에는 기업 홍보관, 전시장 등을 올렸고, 현수막도 올리고, 무대도 만들었지만 올림픽 주경기장은 너무나도 넓었다. 필자가 찾은 20일 월요일에는 관람객까지 별로 없어서 너무 망망했다. 전시품들도 거의 국내 디자이너 작품이어서 올림픽스럽지 못했다. 생동감 없이 상식적이기만 한 전시 방식은 재치 있는 행사 디자인을 아쉽게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디자인 올림픽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세계인의 종합 디자인 축제”라고 말하며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서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 세계인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참여한 외국인 디자이너도 별로 없었고 관람하러 온 외국인도 별로 없었다. 더구나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건축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는 갑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서울 디자인 올림픽은 올림픽스럽지 못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기엔 너무 초라했다. 화제도 없었다. 빅뱅과 2PM 등이 꾸민 축하공연과 화려한 불꽃놀이 사진 등이 서울 디자인 올림픽을 기억하며 블로그 사이를 튕겨 다닐 뿐이다. 씁쓸하다.

장진택〈GQ〉 편집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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