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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1 18:02 수정 : 2009.06.19 14:35

혼다 시빅. 자동차는 현지화에 대해 특히 많이 고민하는 디자인 제품이다.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한국인은 혼다 유럽형 시빅을, 유럽인은 세단형 시빅을 탐내는 이유

혼다 시빅은 한국에서는 아반떼와 비슷한 세단형 엉덩이를 갖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폴크스바겐 골프처럼 엉덩이가 잘려 있다. 현대 클릭은 한국에서는 5도어만 팔리지만, 유럽에는 단출한 3도어 모델도 있다. 아우디 A6와 베엠베(BMW) 5시리즈는 중국에만 롱 휠베이스 버전(뒷자리에 모시는 높은 분들을 위해 길이를 10센티미터 정도 늘린 모델)을 만들어 판다. 기아의 기함인 오피러스는 그 이름만큼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자부심을 표현하지만 유럽에서는 애인처럼 친근한 아만티(Amanti)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모두 현지 사정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현지화’에 관한 이야기다.

자동차는 이런 현지화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물건이다. 개발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서 한 번 만들어 전세계인에게 두루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세계인의 취향이 다르고, 시장 상황이 다르고, 소득 수준도 다르고, 법규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길도 다르고, 신체 사이즈도 다르고, 아무튼 만만한 것이 없다. 게다가 인터넷이 지구 전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면서 생각지도 않은 불만까지 생기고 있다. 혼다 시빅처럼 생긴 것 자체를 현지화한 경우가 그것이다. 세단형 시빅만 보고 사는 우리에게는 인터넷에 간간이 보이는 유럽형 시빅이 부럽기만 하다. 우주선처럼 생긴 미래적인 앞모습, 당당한 해치백 스타일 등이 동경의 대상이다. 굳이 유럽형 시빅을 어렵게 갖고 들어와 타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다. 반면 유럽인들은 미국과 한국 등에 팔리는 세단형 시빅을 은근히 탐낸다. 서로 남의 떡을 더 예쁘게 본다. 인터넷이 지구 구석구석을 연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요즘 현지화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혼다처럼 형태를 바꾸는 것은 (인터넷 때문에) 모두 자제하는 추세다. 세계 어디서나, 특히 인터넷에서 잘 통하는 독특하고 강렬한 얼굴을 만들어 모든 땅덩어리를 달리게 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매우 세심하게 ‘현지화’한다. 크롬 장식을 더 하는 것, 나무 장식의 무늬나 광택을 조절하는 것, 이름을 바꾸는 것, 정보 화면에 그 나라 언어를 넣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최신형 베엠베나 벤츠는 다목적 화면에 모두 한글을 지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데이터 화면(한글 외에 몇 개국 언어가 지원된다)을 갖고 있는 지엠대우 윈스톰 맥스에겐 유감이 생긴다. 윈스톰보다 나중에 대한 최신 모델인데도 현지화에 인색해서 하는 말이다.

장진택 〈GQ〉 편집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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