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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2 18:56 수정 : 2009.06.19 14:40

굿디자인 ‘GD마크’ 정말 굿인가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지원료 내고, 2대1 경쟁률 뚫어 수상하면 또 50만원 내고…

좋은 디자인을 도무지 가려낼 수 없는 국민에게 듬직한 혜안이 되어 준 범국가적 제도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대한민국 우수산업디자인’, 일명 ‘굿 디자인’(Good Design)이라고도 하고, 지디(GD)마크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둥근 바탕에 지(G)자처럼 생긴 디(D)자이자, 디(D)자처럼 생긴 지(G)자를 빙글빙글 돌린 지디마크가 꾹 찍혀 있다면 좋은 디자인인 거다.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이 책임지고 골랐고, 대한민국 지식경제부가 보장하는 마크이니 의심 없이 믿는 게 좋다며 살았다.

그런데 2004년 여름 꽤 의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누가 봐도 못났고, 국내 저널리스트들은 물론, 외국 자동차 저널리스트까지도 입모아 못난이라고 합창했던 쌍용자동차 로디우스가 지디마크를 획득한 거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하는 정부 사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건 정말 아니잖아. 당시(2004년 상반기) 출시된 차가 로디우스밖에 없던 것도 아니었다. 현대 투싼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으니 이런 가설도 세워 봤다. 로디우스가 투싼을 누르고 자동차 부문 ‘굿 디자인’에 선정됐다고? 하지만 그건 가설일 뿐이었고, 현대자동차 투싼은 후보 명단에도 없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매년 두 번에 걸쳐 심사하는 우수 산업디자인 선정사업은 지원자에 한해서만 옥석을 가리고 있었다.


2004년 출시된 뒤 지디마크를 수여받아, 많은 이들에게 지디마크에 대한 혼란을 불러왔던 쌍용자동차의 ‘로디우스’. 올해 상반기에는 애니콜 햅틱, 재규어 엑스에프(XF), 싸이언 풀터치스크린폰, 지에스(GS)자이의 한국식 정원 등이 지디마크를 받았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디자인이 좋다고 모두 지디마크를 받는 게 아니라는 것, 서류를 성실하게 작성해서 지원하는 게 우선이고,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판정하는 건 나중 문제라는 거다. 서류 제출은 무료가 아니다. 일금 15만원을 지원금 조로 입금해야 한다. 지원한 뒤의 일정은 꽤 편안하다. 출품작 중 절반 정도에 지디마크를 주기 때문이다. 2004년에 지원한 1346가지 제품 중 절반이 넘는 744가지 제품에 지디마크를 주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선정률이 조금씩 낮아져 2008년 상반기에는 863가지 제품 중 약 40퍼센트에 해당하는 343가지 제품에 지디마크를 줬다. 단, 지디마크도 공짜는 아니다. 50만원을 내야 받을 수 있고, 이후 대통령상 등의 상을 받기라도 하면 2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전시도록 제작, 언론 홍보, 전시 등의 비용’이라지만 상 받으면서 돈 내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외국 다른 디자인상도 돈 내는 건 마찬가지”라는 말은 궁색해 보이기까지 한다. 세금 받아 일하는 정부에서 하는 사업인데, 지원료는 뭐고, 수상료는 또 뭔가? 그래서 말인데, 지디마크에 이런 모자를 씌워야 할 거 같다. ‘(지원 안 한 제품들도 많은데) 굳이 15만원 내고 지원해 1 대 2 경쟁률을 뚫고 50만원 내서 획득한’ 지디마크.

장진택/ <지큐> 편집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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