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14 18:53 수정 : 2009.05.14 21:32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고용 부족의 해법으로 사회적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영국 웨일스 지방의 수도 카디프에 자리한 사회적기업 패킷의 직원들. 사진 영국 사회적기업연합(SEC) 제공

[한겨레 창간 21돌 특집] 일자리, 희망 나누기
전국 1만5천여곳서 47만여명 종사
전체 민간기업 고용의 2.5% 차지
정부 지원보다 시장통해 자립 키워

■ 영국의 사회적기업들

영국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차를 타고 3시간쯤 가면 닿는 카디프는 웨일스에서 가장 큰 도시다. 카디프 시내 한 고풍스런 대저택 건물에는 ‘웨일스협동조합센터’(WCC)가 자리잡고 있다. 이 센터는 웨일스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1982년, 이 지역을 그동안 먹여살렸던 철강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실업자가 쏟아지자 영국노동조합총연맹(TUC) 웨일스지역본부가 실업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었는데, 점차 사회적기업을 돕는 조직으로 확대됐다. 사이먼 해리스 웨일스협동조합센터 소장은 “사회적기업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공하도록 지원하고, 지역에서 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활동하도록 여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며 “일자리 등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법은 사회적기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가 지원하고 있는 ‘캐 포스트 리사이클링’은 버밍엄 서쪽의 포이스지역 2만여 가구에서 나오는 재활용품을 수거해 분리처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작업에는 고용시장에서 배제된 실업자와 장애인들이 대거 투입된다. 환경 정화와 자원 재활용은 물론, 취약계층에 일자리도 주면서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고 있는, 웨일스지역의 선구적인 사회적기업이다. 포이스지역 폐기물관리위원회의 조이 시어러 이사는 “캐 포스트 리사이클링은 포이스주 의회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 고용을 증진시키는 구실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디프 북쪽 브레콘비콘 국립공원 근처에 자리잡은 또다른 사회적기업 ‘사이렌’은 목재공 직업훈련기관으로, 이 지역 실업자들에게 재취업 능력을 키워주고 취업 알선도 해준다. 2001년 웨일스 환경단체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세워졌는데, 고용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이 기업에서 얻은 기술을 발판 삼아 어엿한 직장인으로 복귀하고 있다. 2003년에는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종업원들이 영국 총리관저에 초대되기도 했다.

영국 ‘제3섹터 사무국’의 정의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이윤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기업과는 목적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업 운영과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지속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등 사회적·환경적 목적을 표방한다. 그래서 사회적기업한테는 공익기금의 보조금을 비롯해 공적 기관으로부터 각종 지원이 제공된다. 웨일스에서 활동중인 사회적기업은 약 3300여곳으로, 총 고용인원이 약 4만8천명(웨일스 전체 고용 노동자의 3.1%), 총매출액은 연간 20억파운드(약 4조원)에 이른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다. 2007년 말 현재 회사법에 의해 등록된 사회적기업은 영국 전역에 걸쳐 1만5천여곳(영국 전체 고용기업의 1.2%)이다. 종사자는 47만5천여명(전체 민간기업 고용의 2.5%)인데, 그 외에 30만여명이 사회적기업에서 무급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사실 사회적기업은 정의가 쉽지 않고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정부 기관에서 사회적기업을 딱히 지정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형태의 기업들이 스스로 ‘사회적기업’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국 사회적기업연합’(SEC)에 따르면, 공식 등록되지 않은 사회적기업들까지 합칠 경우 영국 전역에서 약 5만5천곳(영국 전체 기업의 5%)이 활동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적기업의 대다수는 런던 등 도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고 ‘종업원 10명’ 정도가 일반적인 규모다.

사회적기업은 지역 금융기관에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 위험 부담이 큰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고, 공적 펀드나 지역 활성화 기금 등에서 재정적 지원(보조금)도 받고 있어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거래처로 여긴다. 또 사회적기업 중 88%는 기업 수익의 절반 이상을 시장을 통해 벌어들인다. 사회적기업은 농업·제조업·서비스업·스포츠레저·의료·환경·정보통신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존재한다. 널리 알려진 사회적기업 성공 스토리로는 ‘빅 이슈’, ‘피프틴’, ‘선덜랜드’ 등이 꼽힌다. 카디프대학의 켄 피티 교수(경제사회연구센터)는 “지난 20여년 동안 시장실패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적 약자 그룹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을 위해 사회적기업이 태동했다”며 “최근 사회적기업이 영국 경제와 정치 그리고 공공정책 영역에서 점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몇년 전부터 사회적기업을 영국 경제에서 더욱 강력하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비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2006년 12개 중앙 정부기관이 다 같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액션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2008년에는 11월20일을 ‘사회적기업의 날’로 지정했다. 경제와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구실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날이다. “사회적기업은 영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기업의 새로운 지평을 서서히 개척하고 있다.”(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2006년)


특히 영국에서 사회적기업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불황 국면 속에서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리엄 번 영국 내무장관은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제3섹터’의 동력을 활용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사회적기업연합이 지난해 말 영국 성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경제위기 국면에서 (‘전통적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조너선 블랜드 사회적기업연합 회장은 지난해 연말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격변기에 사회적기업들이 ‘지속가능 발전’으로 가는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디프/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역사

한국 사회적기업은 ‘정부 품안에’

인증기업 꾸준한 성장세 불구
정부 의존도 높고 정체성 부족
사업창출 등 홀로서기 나서야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역사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 극복 방안으로 사회적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사회적기업을 키울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여기에 뛰어들 헌신적인 활동가들도 많은 편이다.

사회적기업 활성화의 결정적 계기는 2006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이다. 이 법은 ‘취약계층 50% 이상 고용’ 등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준과 함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218곳으로, 주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의 성과도 좋은 편이다. 지난 4월 노동부가 용역을 맡겨 51곳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2008년 한해에 고용을 54.6% 늘렸다. 특히 취약계층 고용 증가율이 76.5%나 된다. 또 이들 기업의 서비스 수혜자도 2만6121명에서 3만415명으로 늘었고, 1400만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 합계도 45억원으로 불어났다.

또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에게 경영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 대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을 후원·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도 사회적기업의 성장에 따라 사회서비스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일궈낸다는 기대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인데 정부의 인증제도에 들어가지 않는 곳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나 생활협동조합, 자활후견단체 등 ‘제3섹터’로 불리는 비영리조직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분야에 이미 6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민간부문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제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사회적기업이다.

국내 사회적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부터 풀어야 할 숙제다. 인증 사회적기업들을 평가했던 곽선화 부산대 교수는 “조사 대상 기업들이 낸 성과에는,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사업 기회를 많이 제공했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아직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확실치 않고, 소비자 등 사회 전반 인식도 미약하다. 또 정부가 기존 공공서비스의 성급한 민영화로 사회적기업을 과열 경쟁에 내몬다는 지적도 있다.

‘함께 일하는 재단’의 이은애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이 사회적기업을 키우는 데 함께 애써왔는데, 앞으로는 뚜렷한 분업을 통한 민관 협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 창간 21돌 특집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