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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4 18:40 수정 : 2009.05.14 21:33

야니 모런 사무총장

[한겨레 창간 21돌 특집] 일자리, 희망 나누기
네덜란드 노사협의기구 FOL 야니 모런 사무총장





시간제 고용 활성화로
여성취업률 38%→61%

2300시간 노동하는 한국
생산성 높다고 자신하나?

“네덜란드의 노·사·정 3자 협의체제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 국가적 공동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고, 모두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유리하다.”

네덜란드 노사협의기구인 노동재단(FOL)의 야니 모런 사무총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헤이그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노사정 3자 협의체제인 ‘네덜란드모델’을 설명하며, 1982년 바세나르협약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위기 극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네덜란드모델 실패론’에 대해 “노사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한국의 사용자들이 네덜란드 사용자들을 직접 초대해서 설명을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1945년에 설립된 노동재단은 노사정 3자 협의체제의 자문기구인 사회경제위원회(SER)와 함께 네덜란드모델의 중심축 구실을 한다. 그동안 바세나르협약을 시작으로 93년 신노선 협약, 98년 고용 유연성 및 안정법 도입, 2004년 가을협약 등 중요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산파역을 했다.

-한국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도래하는 등 고용난이 심각하다. 네덜란드는 80년대 초 위기 상황에서 노사정이 바세나르협약 체결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아는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억제를 대가로 사용자와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제 고용(파트타임)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고용 안정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시간 단축형 워크셰어링(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합의인데,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노동시간 단축과 고령 노동자들의 조기 정년퇴직을 함께 실시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실업률이 낮아졌다. 한때 18%에 이르렀던 청년 실업률이 10% 정도로 개선됐다. 시간제 근로 활성화는 역사적으로 여성 파트타이머의 본격 등장을 낳았다. 80년대 초 38%에 머물던 여성 취업률이 지금은 61%로 높아졌다. 우리처럼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기보다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에서는 여성들의 시간제 고용이 효과적이다.”

노사정 3자 협의체제의 자문기구인 사회경제위원회(SER) 건물. 노사협의기구인 노동재단(FOL)과 함께 네덜란드모델의 중심축 구실을 한다.

-한국에서도 고용난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공공근로나 인턴 확대 같은 땜질식 처방보다는 네덜란드와 같은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트타이머 확대가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파트타이머는 전일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정규직이다. 시간제 노동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관한) 법이 1996년에 만들어졌다.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대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한 것이다.”

-한국의 사용자들은 파트타이머가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책임감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욱이 전일제 근로자와 똑같이 대우(시간당 임금)하라고 하면 반대가 많을 것같다.

“시간제 고용은 사용자에게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해고는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노동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게 쉽기 때문이다. 또 정규직과 달리 연장근로에 대한 초과수당 부담도 없다.”

-네덜란드는 연간 1300~1400시간의 아주 짧은 노동시간과 높은 임금, 생산성 향상 제약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의 노동시간이 2300시간을 넘는 것을 지적하며)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노동시간이 짧지만 시간당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4년 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일을 좀더 많이 하도록 하는 개혁을 추진하려다 노조의 반대파업에 직면했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이를 두고 네덜란드모델은 생명이 끝났다고 주장하는데?

“고령화의 진전으로 일손이 점점 부족해지자 정부가 여성 파트타이머의 근로시간 확대, 퇴직 및 연금 개시 연령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조가 일부 반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두고 네덜란드모델의 실패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결국 2004년에도 정부안보다 완화된 내용에 노사정이 합의했다. 폴더모델(간척지라는 뜻·네덜란드모델의 별칭)이 죽지 않았기 때문에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노사가 임금인상과 해고 자제 등에 합의하며 위기에 공동대응할 수 있었다.” 헤이그/글·사진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 이명박 정부의 실업대책은

장기 일자리는 꿈 깨?

6개월 인턴·자활근로 등
단기·저임금 일자리에
예산 대부분 쏟아부어

#1. “하루 일과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차 타 오라 그러면 차 타 오고 복사해 오라 그러면 복사하죠. 하루 4~5번 이상은 차를 타는 거 같아요.” -지방의 한 시청에서 4개월째 일하는 행정인턴 23살 김아무개씨

#2.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하려면 정부 예산에 맞춰 30%가량을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 못할 지경입니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제위기를 맞아 우리나라 정부는 각종 인턴과 자활근로 등의 단기적인 저임금 일자리를 만드는 데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는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고용 없는 성장’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턴 생활을 하는 청년은 모두 3만명을 넘는다. 중앙행정기관(4823명), 지방자치단체(5832명), 공기업(1만1634명)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인턴이 2만2200여명이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인턴이 8400여명이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일자리 정책 및 현황

하지만 정작 인턴 당사자들은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규직 취업으로 잘 연계가 되지 않고 있는데다 복사 같은 단순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김지수(가명)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경제적인 문제로 일하고 있다”며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들 인턴의 근무기간이 끝나는 올해 연말쯤에는 청년 실업난이 더 가중될 우려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원은 “올해 말에는 인턴을 마친 청년들과 갓 졸업한 청년들이 고용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고용시장 여건이 급격히 좋아질 가능성이 낮아 내년에도 또 많은 청년들이 실업이나 인턴에 내몰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층의 경우 한 번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면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 3월 내놓은 일자리 대책도 이런 단기적 처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핵심 사업인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경우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 25만명을 6개월간 고용하는데, 월 83만원을 지원한다. 그나마 이 사업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5천여억원도 투입되는데, 재정 자립도가 취약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충남의 한 군청 관계자는 “정부의 ‘부자 감세’로 지자체에 전달되는 교부세가 대폭 줄었다”며 “취약계층이 많을수록 예산도 부족해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중앙대 교수)은 “정부의 실업 대책은 6개월, 1년 뒤면 다시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임시방편적인 ‘단기 일자리 대책’일 뿐”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와 사회적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실업을 해소하고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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