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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4 18:18 수정 : 2009.05.14 21:33

지난달 29일 서울 한양대병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병실에서 간병인 김재순(오른쪽)씨가 김덕순 환자를 침대로 옮기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 창간 21돌 특집] 일자리, 희망 나누기
인력 태부족인데…인턴으로 업무 땜질
스웨덴, 실업자서 실업자 코치로 양성






국내 괜찮은 일자리 현장

경기침체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동시에, 취약계층 일자리를 늘리는 ‘꿩 먹고 알 먹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을 늘리면 단기간에 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국회가 추가경정예산 심의과정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에 정부안보다 844억원을 더 편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자리 늘리기’로만 무리하게 접근해서는, 일자리의 질과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실제 대부분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옛 공공취로사업)처럼, 취약계층 25만명에게 등산로 가꾸기 등 월 83만원의 6개월짜리 한시적 일자리만 제공하다가는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은 돌봄서비스, 교육, 고용지원 서비스 등에서 괜찮은 일자리 83만~85만개를 늘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괜찮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만들 수 없을까? ‘보호자 없는 병원’과 ‘꿈나무 안심학교’, 두 사례에서 씨앗을 찾아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 보호자 없는 병실

환자 ‘서비스 좋고’ 병원 ‘이미지 좋고’
간병인 “3교대 하니 진짜 직장인 느낌”

“24시간 내내 거동을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행당동 한양대병원 본관 16층 7호실. 심한 당뇨로 입원한 김덕순(66) 할머니가 곁에 있던 간병인 김재순씨를 쳐다보며 흐뭇해했다. 얼마 전 암 수술을 받은 남편과 직장에 나가는 자녀들 대신, 김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간병인 김씨가 맡고 있다.

이 병실은 한양대병원이 운영하는 ‘보호자 없는 병실’이다. 보호자가 없어도 병원에서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책임진다. 이곳 말고도 16층에 두 곳의 6인용 병실이 더 있다. 한 병실당 간병인 3명이 3교대로 환자들을 돌본다. 환자들은 하루 1만5천원을 내면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반 병실에서 개인 간병인을 쓰려면 하루 6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병실에는 ‘간이침대’가 없다. 보호자들이 밤에 환자 곁에서 잘 필요가 없다. 대장암으로 2년째 투병중인 정순자(63) 할머니는 “보호자들이 숙식을 안 하니까 훨씬 병실이 쾌적하다”고 말했다. 간병인들도 만족도가 높다.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 소속 간병인 송수희씨는 “다른 곳에선 24시간을 계속 일한 적도 있었다”며 “지금은 3교대 근무여서 ‘진짜’ 직장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보건의료부문의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07년 6월 ‘간호 및 간병서비스 확충’의 취지로 도입했다. 1년짜리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한양대병원은 병실 6곳을 보호자 없는 병실로 운영하기 위해 간호사 8명과 간병인 27명을 충원했다. 간병인 임금은,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예산’을 통해 1인당 83만7천원(2009년 기준)씩 지원받았다.

시범사업 기간이 끝났지만, 한양대병원은 여전히 병실 3곳을 ‘보호자 없는 병실’로 남겨 뒀다. 환자들의 만족도로 봐서 병원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이용 환자 693명한테 조사한 결과를 보면, 97.8%가 ‘다시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겠다’는 비율도 98%에 이르렀다.

보건의료노조는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간호사 등 총 31만명분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서, 정부가 단계적으로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도 내년에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시범사업 성과가 좋았는데도 현 정부 들어 사업 진척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 방과후 보육교실

아이들 ‘편안하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보육·전담교사 “딴 곳보다 보수 안정적”

“상아야, 애국가 외워 쓰는 숙제 다 했니?”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도이초등학교 ‘꿈나무 안심학교’ 교실. 보육교사 김명희(52)씨가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 22명의 알림장을 하나하나 챙겨보며 숙제를 도와준다. 이곳 아이들은 정규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이 교실로 다시 ‘등교’한다.

보육교사 김명희씨가 지난 6일 경기 화성시 향남읍 도이리 도이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점핑클레이’ 수업시간에 찰흙을 이용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화성/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학년인 다혜는 태권도학원에 갔다가 오후 3시에 학교로 돌아와, ‘점핑클레이’ 수업에서 부모님께 드릴 점토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온돌 장판이 깔려있는 바닥에서 아이들은 내 집처럼 뛰어다니고 뒹굴고 숙제를 한다. 교실엔 빔프로젝터, 텔레비전, 2층침대, 조리실 등이 갖춰져 있다. 요일마다 돌아가며 외부 강사들이 요가, 한문, 종이접기 등을 가르쳐준다. 5시30분에 조리사 선생님이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나면, ‘꿈나무 안심학교’ 전담교사인 추홍엽 선생님이 국어·수학 보충수업을 한다. 보육교사와 전담교사는 부모들이 데리러 오는 밤 9시까지 남아 아이들을 돌본다. 토요일엔 로봇교실 체험 등을 하러 학교 밖 나들이도 간다.

도이초등학교는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꿈나무 안심학교’로 지난 1월 지정됐다.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돌보도록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경기도 내 30개 학교(40학급)가 참여하고 있다. 보육교사·조리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 한 학급당 매년 7700만~1억여원을 도청과 시·군청이 지원한다. 학교가 학부모한테 받는 돈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한부모·다자녀 가정 등 기준에 따라 월 2만~11만6천원이다.

도에선 보육교사 인건비를 월 150만원으로 책정했다. 4대 보험료를 떼고 132만원가량 받는다는 김명희 교사는 “수입이 월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민간 보육교사나 기존 방과후 교실 교사보다 안정적인 일”이라며 “엄마처럼 돌봐주려면 아이들 10~15명이 적당한데 교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뿐만 아니라 조리사, 외부 강사 등 이 프로그램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자,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본뜬 방과후 보육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도 16억5600만원을 들여 다음달 23개 학교에서 ‘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정혜순 도이초등학교 교감은 “모든 학교에 보육교실을 짓고 보육교사·조리사 채용을 의무화하면, 교육 복지를 실현하는 동시에 일자리도 늘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고용지원 서비스도 임시처방

인력 태부족인데…인턴으로 업무 땜질
스웨덴, 실업자서 실업자 코치로 양성

사회서비스는 공공재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의 이익보다 사회적 이익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쏟아질 경우 강화해야 할 사회서비스가 고용지원 서비스다.

최근 스웨덴 정부는 앞으로 3년 동안 국영 직업알선소에 30억크로나(약 5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실업자들을 단기에 교육시켜 직업알선소에서 ‘실업자 코치’로 일하도록 하는 데 쓰인다. 실업자 코치는 다른 실업자들에게 구직 기술을 가르치게 된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도 주고, 고용지원 서비스도 강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반면에 우리 정부엔 어떤 고용서비스 전략이 있을까? 전국 85곳의 고용지원센터에선, 올 들어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폭주하는 바람에 업무 병목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용지원센터 근무 직원은 2800여명.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경제활동인구는 무려 8천명에 이른다. 고용지원 서비스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부 대책은 인턴 600여명을 뽑는 데 그쳤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서비스 지출 비중은 0.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얼마나 인색한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지표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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