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한양대병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병실에서 간병인 김재순(오른쪽)씨가 김덕순 환자를 침대로 옮기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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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21돌 특집] 일자리, 희망 나누기
인력 태부족인데…인턴으로 업무 땜질
스웨덴, 실업자서 실업자 코치로 양성
국내 괜찮은 일자리 현장 경기침체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동시에, 취약계층 일자리를 늘리는 ‘꿩 먹고 알 먹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을 늘리면 단기간에 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국회가 추가경정예산 심의과정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에 정부안보다 844억원을 더 편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자리 늘리기’로만 무리하게 접근해서는, 일자리의 질과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실제 대부분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옛 공공취로사업)처럼, 취약계층 25만명에게 등산로 가꾸기 등 월 83만원의 6개월짜리 한시적 일자리만 제공하다가는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은 돌봄서비스, 교육, 고용지원 서비스 등에서 괜찮은 일자리 83만~85만개를 늘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괜찮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만들 수 없을까? ‘보호자 없는 병원’과 ‘꿈나무 안심학교’, 두 사례에서 씨앗을 찾아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 보호자 없는 병실 환자 ‘서비스 좋고’ 병원 ‘이미지 좋고’
간병인 “3교대 하니 진짜 직장인 느낌” “24시간 내내 거동을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행당동 한양대병원 본관 16층 7호실. 심한 당뇨로 입원한 김덕순(66) 할머니가 곁에 있던 간병인 김재순씨를 쳐다보며 흐뭇해했다. 얼마 전 암 수술을 받은 남편과 직장에 나가는 자녀들 대신, 김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간병인 김씨가 맡고 있다. 이 병실은 한양대병원이 운영하는 ‘보호자 없는 병실’이다. 보호자가 없어도 병원에서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책임진다. 이곳 말고도 16층에 두 곳의 6인용 병실이 더 있다. 한 병실당 간병인 3명이 3교대로 환자들을 돌본다. 환자들은 하루 1만5천원을 내면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반 병실에서 개인 간병인을 쓰려면 하루 6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병실에는 ‘간이침대’가 없다. 보호자들이 밤에 환자 곁에서 잘 필요가 없다. 대장암으로 2년째 투병중인 정순자(63) 할머니는 “보호자들이 숙식을 안 하니까 훨씬 병실이 쾌적하다”고 말했다. 간병인들도 만족도가 높다.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 소속 간병인 송수희씨는 “다른 곳에선 24시간을 계속 일한 적도 있었다”며 “지금은 3교대 근무여서 ‘진짜’ 직장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보건의료부문의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07년 6월 ‘간호 및 간병서비스 확충’의 취지로 도입했다. 1년짜리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한양대병원은 병실 6곳을 보호자 없는 병실로 운영하기 위해 간호사 8명과 간병인 27명을 충원했다. 간병인 임금은,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예산’을 통해 1인당 83만7천원(2009년 기준)씩 지원받았다. 시범사업 기간이 끝났지만, 한양대병원은 여전히 병실 3곳을 ‘보호자 없는 병실’로 남겨 뒀다. 환자들의 만족도로 봐서 병원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이용 환자 693명한테 조사한 결과를 보면, 97.8%가 ‘다시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겠다’는 비율도 98%에 이르렀다. 보건의료노조는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간호사 등 총 31만명분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서, 정부가 단계적으로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도 내년에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시범사업 성과가 좋았는데도 현 정부 들어 사업 진척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 방과후 보육교실 아이들 ‘편안하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보육·전담교사 “딴 곳보다 보수 안정적” “상아야, 애국가 외워 쓰는 숙제 다 했니?”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도이초등학교 ‘꿈나무 안심학교’ 교실. 보육교사 김명희(52)씨가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 22명의 알림장을 하나하나 챙겨보며 숙제를 도와준다. 이곳 아이들은 정규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이 교실로 다시 ‘등교’한다.
보육교사 김명희씨가 지난 6일 경기 화성시 향남읍 도이리 도이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점핑클레이’ 수업시간에 찰흙을 이용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화성/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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