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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1 19:30 수정 : 2009.03.01 19:30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15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요즘 새벽잠 설치며 유럽축구를 많이 본다. 그런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경기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플레이 습관, 심판 판정을 둘러싼 해석, 관중들의 관전문화가 다 포함된다.

먼저 선수들이다. 때로는 거친 태클이 들어와 쓰러져도 감정적 불만을 쉽게 표출하지 않는다. 팬들의 짜증을 의식해 발딱발딱 일어선다. 경기를 하다보면 충돌은 불가피한데, 그 충돌을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집중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심판의 휘슬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세계축구 최고의 리그라고 하지만 심판의 오심이 눈에 보일 때가 있다. 스스로도 그렇고, 선수나 벤치, 심지어 관중도 잘못을 알아채고는 한다. 그러나 판정시비 때문에 경기가 끊기는 일은 없다.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심판은 늘 양심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준다. 치우치거나 의도가 개입된 판단이 없다. 오심을 경기의 하나로 인정하는 분위기 또한 경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관중들의 관전문화도 경기라는 예술작품과 함께 녹아드는 것 같다. 7만5천여석 이상되는 맨유의 관중석은 늘 꽉 찬다. 레알 마드리드나 FC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마치 선수들과 호흡한다는 느낌을 준다. 선수들이 두배, 세배 힘을 더해 뛰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오랜 역사 속에서 선수와 하나가 되는 최상의 관전법을 터득한 것 같다.

이런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스포츠 현장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그동안의 선수·감독 경험을 통해 우리 스포츠에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존중심이다. 선수와 심판, 관중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스포츠맨십이나 페어플레이가 나온다. 특히 경기를 운영하는 판관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경기 중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는 꼭 심판이 희생양이 된다. 수도 없이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팀 무마용 때문인지 꼭 심판이 징계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심판이 제대로 불 수가 없다. 걸핏하면 제소하겠다는데 누가 소신있게 불 것인가. 소신이 없어지면 페널티킥 불어야 할 때 고개 돌리고, 오프사이드 아닌데도 손이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는 박진감이 떨어지고, 축구의 수준도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이제는 조금씩 양보하고 존중하자. 그래야 스포츠가 더 재미있고, 관전문화도 성숙해진다. 스포츠맨십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있다. <끝>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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