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7 21:28
수정 : 2009.02.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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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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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 ⑩ 전이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나의 외모는 뛰어나지 않다. 선수시절 남자 팬보다는 여자 팬들이 더 많았다. 나는 가끔 어머니께 왜 이렇게 못나게 낳았냐고 투정하곤 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그때마다 하셨던 어머니 말씀은 “넌 팔방미인에 운동도 잘하는데 얼굴까지 예뻤다면 큰일 날 뻔했다”였다.
어려서부터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두 살 터울인 오빠와 차별을 거부하며 늘 경쟁하듯 지낸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국가대표가 됐다. 이후 최고가 되기까지 늘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끊임없는 경쟁 속에 살아왔다.
늘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하다보면 내 자신이 여자라는 점을 잊어버려야 할 때가 많았다. 훈련에 집중하다보면 성가시다 느끼는 것들을 배제해야할 때가 많았고, 이 때문에 외모에 신경쓰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간혹 머리를 기르고 싶어도 운동할 때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늘 짧은 머리를 선호했다. 조금 길렀다 싶었는데 슬럼프가 오면 정신무장을 하기 위해 괜히 죄 없는 머리 먼저 자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또 외모에 조금이라도 신경 쓰는 것이 코치 선생님 눈에 띄면 겉멋 들었다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다.
외모나 다른 것에 잠시라도 한 눈 팔면 큰일 나는 걸로만 알았던 그 때. 지금 생각하면 웃음도 나지만, 꼭 그렇게 나 자신을 몰아붙였어야 했을까 하는 후회도 남는다. 여성성과 아름다움도 전략이고 경쟁력인데 말이다.
피겨의 김연아 선수처럼 실력도 최고이고, 외모도 뛰어나면 보는 사람도 더 즐겁지 않을까? 나는 이제 실력하나만으로 부각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여자 운동선수도 본질적으로 여성이다.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고 보기 좋은 이미지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꼭 남성스러워야 운동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자선수들이 육체적으로 강한 면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 내면의 성향마저 남성적일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튼실한 허벅지와 강한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들을 만나면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여성스럽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직도 이것이 칭찬인지 흉인지, 좋아해야할지 화를 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라건대 지금도 최고를 꿈꾸며 땀 흘리고 있을 후배들이 거울도 안보는 여자, 혹은 남자 같은 운동선수라는 말은 안 들었으면 한다. 지도자들 또한 여성성을 보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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