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2 20:49
수정 : 2009.02.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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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김건태 FIVB 국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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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 ⑧ 김건태 FIVB 국제심판
프로 스포츠의 심판 판정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그것은 각 연맹이 심판 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텔레비전 중계 등으로 감시의 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심판 스스로의 자질향상 노력이 덧붙여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판정 불신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아니 한국 스포츠 문화의 최대 병폐 중 하나가 판정을 둘러싼 잡음이다. 프로종목에서도 간혹 판정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오지만, 이것은 약과다. 정작 판정으로 치명상을 입는 곳은 보는 이도 적고, 관리·감독도 잘 되지 않는 아마추어 무대다.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 대학경기까지 포함한 각종 학원 스포츠에서 때로는 너무하다는 오심을 볼 경우가 있다. 소년체전에 나온 4~6학년 아이들부터 대학 선수까지 받게될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보자.
나는 고교, 대학, 실업 선수생활을 하면서 판정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1976년인가 77년인가 실업팀에서 뛰고 있었을 때는 1시간 이상 판정에 항의한 적도 있다. 비디오로 되돌려볼 수도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오심이라고 했다.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의 실망감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오심의 유형은 세 가지다. 순식간의 상황을 판별하기 어려운 인간능력의 한계에서 오는 착각, 감정이 개입된 판정, 규정을 잘못 해석하거나 적용한 경우다. 감정적으로 판단하거나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심판 스스로의 책임이다. 이런 것 때문에 심판 로비설이나, 승패에 개입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심판은 사생활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규칙 및 제반규정을 완전히 숙지하고 연구해야 한다.
판정 문화의 개선은 불신이 널리퍼진 우리 사회의 풍토를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심판한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 감독들은 패배했을 때 심판 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중 어쩔 수 없는 오심이 나왔다면 그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아마추어 경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학부형들의 응원열기다. 그런데 자녀의 진학문제가 걸려 있어서인지 자기 팀에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심판에 대한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서로 참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심판은 흔한 말로 3D 업종이고 빛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를 운영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청소년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심판석에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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