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4 21:34
수정 : 2009.02.16 16:04
|
이종범 KIA 타이거즈 선수
|
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 ⑤ 이종범 프로야구 기아 선수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전이었다. 도루를 한창 많이 할 때인데, 나는 습관적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많이 했다. 그런데, 수비수들이 가끔 왼발을 2루 베이스에 걸쳐놓고 있어서 부상위험이 많았다. 나중에 감독이나 코치가 도루를 막기 위해 그렇게 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도루를 하긴 했지만 씁쓸했다. 상대선수가 다치면 자신도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사실을 외면하는 이들이 있다.
빈볼을 보자. 자기 팀 선수가 맞으면 상대팀 선수도 맞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악순환이 계속 된다. 스포츠 현장이 싸움터로 바뀌는 것이다. 빈볼 다음 행동도 문제다. 간단히 미안하다는 제스처로 머리만 숙여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선수들이 몇몇 있다. 경기에 지고 있거나 순간적으로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 것 같다. 시즌 전 8개 구단 선수 대표가 모여서 빈볼 상황시에는 목례라도 가볍게 하자 그러는데 막상 경기에서는 실천이 잘 안된다.
말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1997년인가, 당시 엘지 신인선수였던 이병규(현재 주니치 드래건스)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계현 선배(당시 해태 타이거즈)가 신경 좀 써서 성의있게 공을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방이 선배이든 후배이든 절대 비방해선 안된다. 상대를 조금만 배려해주면, 나 자신에게 더 득이 될 수 있다.
그라운드가 예전보다 더 각박해졌다. 옛날에는 다른팀 선배라도 어려워했는데,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선·후배 관계가 없어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그래도 난 후배다’라는 생각을 갖고 야구를 했다.
스포츠인들은 서로가 보호해야 한다. 동업자정신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느껴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로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선수들 스스로도 존경하는 인물을 설정해서 그 사람을 닮으려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상대가 없으면 경기도 없다. 좋은 수비나 공격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겠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깨끗한 페어플레이는 팬들을 감동시킨다. 승부는 치열하게 하더라도 끝은 깨끗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유니폼 색깔만 다를 뿐이지, 결국 우리는 스포츠로 먹고 사는 사람들 아닌가.
이종범 KIA 타이거즈 선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