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1 20:56
수정 : 2009.02.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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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프로야구 두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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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 / ③ 김경문 프로야구 두산 감독
베이징올림픽 야구 9경기 전승 우승. 나는 헹가래를 받으면서 ‘정말,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믿기 어려운 금메달이다. 우승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건 스포츠에선 누구도 늘 이기기만 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지는 법을 배워야 이길 수 있다.
어렸을 적, 야구가 정말 좋았다. 운 좋게도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패배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지우는 지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언제나 신나게 야구를 했다. 그래서 질수록, 이기고 싶어서 더 최선을 다했다. 경기에서 1등 했다고 인생이 반드시 성공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팀 두산의 간판타자 김현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 울었다. 21번 타석에 나가서 1안타 밖에 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은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다. 그래도, 빼지 않았다. 현수는 정규리그에서 타격 3관왕에 올랐던 선수다. 결과적으로 우리팀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리는 이때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 많은 것을 얻었다. 갓 스무살을 넘긴 현수는 다시 얻지못할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장통 끝에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타자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스포츠에서 승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로는 승리로 말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깨끗하고, 감동적인 승부를 보여주면 팬들도 흐뭇하게 여긴다.
스포츠의 감동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색깔이 있어야 하고, 선수들도 자기의 특징을 살려야 한다. 처음 감독이 됐을 때, 마음으로 다짐하고 지켜야겠다고 생각해온 지론이다. 사람들은 이걸 흔히 ‘믿음의 야구’, ‘뚝심 야구’라고들 평가해준다. 온전히 이기는 것에만 매몰돼 있었다면 가능했을까….
모든 게 마찬가지다. 책과 남으로부터 전해듣는 것보다 경험으로 느낀 것은 그만큼 값진 교훈이 된다. 그리고 몸으로 익힌 배움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 승부에 목을 매는 승리지상주의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어린 선수들일수록,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나갈 기회를 줘야 한다. 이기는 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 바로 ‘패배’다. 나는 질 때 나를 돌아본다. 패배는 자만하지 말고 더 배우라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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