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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9 19:46 수정 : 2009.02.16 16:00

김병지 경남FC 골키퍼

스포츠맨십을 위하여 이것부터 해보자 ② 김병지 경남FC 골키퍼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백부터 해야겠다. 2002년 당시 포항 소속 골키퍼로 안양과 경기를 할 때다. 당시 상대방 외국인 선수가 골을 넣은 뒤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약올리는 몸짓을 했다. 나는 흥분했고 50m 정도를 쫓아가 멱살잡이를 했다. 그 일로 벌금도 물고, 한동안 잘 쌓아왔던 나의 이미지는 훼손됐다. 경기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면서 크게 반성했다. 앞으로 손가락질 욕보다 더 심한 일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인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란다. 이런 차원에서는 연예인 못지 않다. 팬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또 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스포츠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울고 웃는다. 스포츠 행위가 가식이 없는 몸으로 이뤄지는 솔직한 게임이고, 규칙과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똑같은 훈련을 반복해 몸을 만드는 것은 운동장 안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야만 팬들의 인기도 얻고, 내 몸값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프로다. 또 나의 힘의 원천인 가족을 위한 길이다.

때로는 운동장에서도 여러가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상대 선수의 욕지거리를 들을 때가 있고, 상대 서포터스들이 골문 뒤에서 온갖 방해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하면 우리는 축구인이고, 축구가족일 뿐이다. 나는 경기가 끝났을 때 그들에게도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경기장 밖에서도 모범이 되도록 해야 한다. 경기장에서는 슈퍼스타인데, 나가서는 술꾼이 되거나 사생활이 방탕하다면 결코 존경을 받을 수가 없다. 1992년 프로에 입단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내가 컸다는 생각을 했고 우쭐대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팬들의 사인공세에 괜히 피곤한 척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명시절을 생각하며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기억이 있다.

나는 골키퍼 한우물을 팠다. 옛날에는 축구 못하는 선수가 골키퍼한다는 소리를 했다. 나는 열심히 했고 나를 기점으로 골키퍼 포지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바뀌게 됐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공감하기 위해 경기력 뿐 아니라 자기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했다. 나는 젊은 후배 선수들이 즉흥적 분위기에 빠지지 않고 경기장 안팎에서 사려깊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스포츠인은 뭇 사람의 시선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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