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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9 21:22 수정 : 2009.06.09 21:22

[‘대전환’의 시대] 제2부 대전환을 읽는 열쇳말
7회 21세기 그랜드딜

“위기일수록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한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베르너 슈나이더 독일노총(DGB) 상임이사가 던진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과 올 1월에 잇따라 나온 독일의 경기부양책에 노동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슈나이더 이사는 “기업에 대한 감세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지양하고, 일자리 늘리기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라는 제안을 정부와 기업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부 각료와 각 정당 대표, 대기업 최고경영자, 노사단체 대표 등을 총리공관에 불러 ‘32인 경제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표자들은 2차 경기부양책의 틀을 잡는 동시에, 대량 해고를 방지하자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위기가 닥칠 때, 노사정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것은 독일의 오랜 사회적 합의주의 전통에 기인한다. 독일 노사정은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왔고, 1960년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합의주의가 구체화됐다. 1967년 ‘협조행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실험이었다. 당시 갑작스런 경제상황 악화는 고실업과 재정적자를 초래했고 이는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졌다. 위기극복을 위한 합의기구가 절실하다는 데 노사정의 인식이 일치했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고용안정을, 정부는 물가안정과 실업대책 등을 펴는 것이 독일 사회적 합의의 기본 틀이다. 총리가 최고 의장이 되고 각 부처의 장관 등 이해당사자가 광범위하게 참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런 전통은 1998년 독일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빠졌을 때 ‘일자리, 직업훈련과 경쟁력을 위한 동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독일에서 기업 또는 지역 단위의 노사정 협약은 중앙단위보다 더 실질적인 성과를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타협이 쉽지 않은 정치적 이해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독일 제조업을 상징하는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노사와 볼프스부르크시 당국이 지난 1998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모델을 만든 것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3자간의 논의로 탄생한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는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 감소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베를린/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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