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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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칼럼
북한의 로켓 발사 후폭풍이 거세다. 우리 정부는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대량파괴무괴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전면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저간의 사정으로 보아 이해는 가나, 정부의 이런 방침에 우려가 앞선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는 관계없이 국제협력 차원에서 피에스아이 전면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까지 거론한 이 시점에 북한이 “바다에서의 테러리즘이고 국제법의 전면위반”이며 “북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한 피에스아이에 전면 가입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면가입의 실효성도 문제시된다. 기존의 조처들로도 북에 대한 상황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남쪽 항구를 목적지로 한 북한 선박이 위험물질 탑재 때 피에스아이와 관계없이 일반 국제해양법에 의거해 검색이 가능하다. 그리고 대량파괴무기(WMD) 또는 미사일 물자를 선적한 북한 선박이 남쪽 수역을 경유하여 제3국으로 갈 리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영해 및 접속수역에서 차단·검색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마지막으로 제주해협을 통해 북한의 동서해안을 오가는 선박들의 경우, 피에스아이가 아니라도 남북해운합의서에 의거해 정선·승선·검색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서의 피에스아이 전면가입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 당국자는 피에스아이에 전면 가입해도 북한과 군사충돌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 정말 그럴까. 전면가입의 핵심은 ‘차단’(interdiction) 원칙의 준수에 있다. 이는 단독 또는 참가국 공동으로 대량파괴무기·미사일 이전·수송 차단을 위한 효과적 조처의 수행을 의미한다. 그 조처로는 자국 내수·영해·접속수역에서 대량파괴무기·미사일 관련 물자 수송 혐의 선박의 정선·검색·압류 그리고 의심되는 항공기의 영공 경유·통과 시 착륙 유도·검색·압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한국이 독자적 또는 공동으로 우리나 인근 국가의 영해와 접속수역(공해)에서 차단훈련이나 실제적 차단에 임해야 한다. 이 경우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는 북한이나 중국 국적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 두 나라의 국적선만이 과거에 미사일 관련 물자수송 의혹으로 ‘차단’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차단’의 성격으로 보아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에스아이가 국제규범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명분에도 문제가 있다. 피에스아이가 표방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는 이미 국제규범화했다. 그러나 선제공격의 성격을 띤 ‘차단’은 오히려 국제규범에 어긋난다. 더구나 피에스아이는 국제조약도 아니고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기획한 공세적 일방주의의 산물로서, 유엔 틀 밖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관련 국가들 간의 임의활동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략동맹의 관점에서 피에스아이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540에서 ‘비국가행위자’의 대량파괴무기 확산행동 저지를 의무화했듯이, 이제 한국은 피에스아이를 유엔의 틀 안에서 제도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피에스아이 전면가입은 분명 시기적으로나 실효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 그리고 국제적 명분도 약하다. 정부는 전면가입 구상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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