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 우산, 책, 밥그릇, 수건, 휴지, 소주병 … 잡다한 일상의 물건들이 서로 포개져 쌓여 있다. 너무나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한순간에 무너질 것만 같다. 와르르 소리가 들리기 직전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공간. 하지만 묘하게 가라앉은 색채와 그림자도 깊이도 없는 묘사 방식은 이 불안함을 느닷없이 상쇄하면서 물건들을 그 자리에 영원히 붙박아 놓는다. 물리 법칙을 배반하면서 공간을 유지하는 이 힘은 그림의 힘인 동시에 일상의 힘이 아닐까? 우리 삶 그 자체가 이처럼 절묘한 균형 위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조선령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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