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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5 14:21 수정 : 2009.01.05 14:50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실업대란’ 막기 위한 전문가 제안

일자리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올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는 전년 대비 7만8천곳 느는 데 그쳤다. 환란 직후의 실업대란 못잖은 고실업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자리 나누기의 필요성에 다시금 주목하게 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인위적인 고용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이미 실업자 대열에 포함돼 있는 청년들과 자영업자들을 흡수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의 일자리 나누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경제불황 속에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꾀했다. 첫째는 정부가 나서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직 근로자와 실업자 사이 직무순환을 통해 사회적 차원의 일자리 나누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프랑스 정부가 1990년대 말 추진했던 근로시간 단축의 법제화와, 덴마크에서 재직 근로자의 10%를 교육 파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실업자들에게 고용기회를 나눠주는 ‘직장 순환제’를 꼽을 수 있다.

둘째는 기업 수준에서 노사타협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실행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1990년대 중반 독일의 폴크스바겐 노사가 경기 위축에 따른 3만명의 잉여인력 감축을 막고자 20%의 근로시간 단축과 16%의 임금삭감에 합의해 기존의 고용규모를 유지했던 ‘고용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정’이다. 폴크스바겐이 2000년대 초 임금체계 유연화와 생산물량의 품질 보증에 대한 노조의 협조를 전제로 신규 5000명의 고용창출을 합의한 ‘아우토 5000 협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친기업’ 탈규제 정책에 열중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한테서 이런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런 만큼, 민간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노동조합들이 나서서 임금인상 자제를 내걸고 경영자를 설득해 근로시간 단축과 교대제 확대 개편을 통해 기존 인력의 고용 유지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때 노동조합은 기업 차원의 고용 유지에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지켜주고, 청년 실업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안겨줄 수 있는 노동자 연대의 대의를 제대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5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국민은행 노조의 결단은 좋은 본보기라고 하겠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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