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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8 08:34 수정 : 2008.1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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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뉴딜] 전문가가 본 서민가계 진단
주거·보육·교육·의료분야 등
정부의 안전장치 매우 미흡

“붉은여왕의 나라에서는 힘껏 달려도 결국 같은 곳에 머물게 돼. 어딘가로 가고 싶다면 두 배로 빨리 뛰어야지.”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여왕의 나라는 한국사회를 꼭 빼닮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2001년 8월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서민과 중산층을 ‘붉은여왕의 나라’로 내몰며 그들에게 혹독한 상처를 남겼다. 열심히 달린 서민들은 겨우 제자리이고, 잠시라도 멈추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내 아이가 뒤처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평범한 바람을 가진 부모들조차, 과도한 사교육비를 피해 가기 어렵다. 일상적인 소통을 위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대가로 소득의 4.1%를 통신비로 부담한다.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지만, 그 혜택은 의료비 공포를 떨치기엔 한참 부족하다. 별수 없이 열 가구 가운데 아홉 가구가 민간 의료보험을 평균 세 건씩 가입해, 매월 28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한다. ‘집’은 최소한의 기본권인데도, 12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만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살인적인 주거비를 감당하고 있다. 빚을 내서 집을 산 이들이 누리는 비상식적인 ‘폭리’를 지켜본 중산층의 절박함은 마침내 가계부채 700조원 시대를 만들었고, 이자비용을 대느라 가계엔 쓸 돈이 없다.

평범한 삶의 수준을 유지하려고 엄청난 비용을 일상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가 2008년 대한민국 서민경제의 현실이다. 이를 떠받치기 위해 서민들은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으로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 썼다. 번 돈은 모두 쓰고, 미래의 불안을 해결하려 주식과 부동산 등을 통한 ‘대박’을 꿈꾸는 게 일상화된 풍경이다.

이제, 현실을 보자. 가계의 고비용 재무구조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불황의 여파로 수많은 서민 가계가 고물가·고금리·실직위험에 노출돼 소득이 감소하거나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들이 몰락하더라도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가계의 고비용 구조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분야마저 자본의 ‘정글’에 방치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누군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자랑하며 조기유학을 보내고 국외 골프여행을 즐길 때, 서민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복지지출 비중을 견뎌왔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정부는 지금이라도 삶의 기본 요소이자 사회 안전망으로 존재해야 할 주거, 보육·교육, 의료 분야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불황의 여파로 실직이나 채무 불이행으로 위기를 맞게 될 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정교한 위기대책을 수립하는 일은 정부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서민들은 오늘도 ‘붉은여왕의 나라’에서 신음하고 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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