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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종의 호주 시민들이 15일 오후 시드니 캠시 에벌린가를 바쁘게 지나고 있다.
시드니/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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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내 200여 민족의 ‘소통도구’
다문화 일등공신 ‘에스비에스 방송’ “60억 이야기와 숫자들….” 호주 공영 <에스비에스>(스페셜 브로드캐스팅 시스템) 방송이 내건 올해 슬로건이다. 60억명 인구에 걸맞은 이야기들을 방송으로 담아내겠다는 휴머니즘과 야심이 담겨 있다. ‘특별한 방송’이라는 뜻의 <에스비에스>는 1975년 호주 정부가 호주 안에 뿌리내린 200여개 민족들의 소통 도구로 세웠다. 영어가 서툰 이민자들도 그들의 언어로 호주 사회를 이해하고, 틈틈이 고국의 소식을 들으면서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려는 뜻으로 전파를 송출했다. 지금은 정부에서 해마다 1억7천만달러 안팎을 지원받아 1천여명의 방송 인력들이 68개 언어의 라디오 프로그램, 60개 언어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50개 언어의 온라인 서비스 등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로 방송하고 있다. 5개 채널의 라디오는 100%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한 해 평균 1만3500시간 방송하고 있으며, 텔레비전은 일주일에 700여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60여개 언어로 번역된 누리집 온라인 서비스도 한 달 열람 횟수가 600만쪽을 넘는 등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다민족들을 위한 다국어 방송은 이따금 긴장에 휩싸이기도 한다. 90년대 초 세르비아-크로아티아 전쟁 때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자국에 불리한 내용이 나갈 때마다 항의 시위했고, 2003년에는 호주 거주 베트남 이민자들이 친정부적인 베트남 국영 방송 프로그램을 방영 하지 말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에스비에스>는 이해관계, 문화가 다른 다양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모니터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시청자위원회를 통해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어 방송 책임자 주양중(46) 프로듀서는 “호주가 ‘백인선호주의’의 편견을 넘어 다문화 국가로 자리잡는 데 <에스비에스>가 크게 기여했다”며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도 호주의 미디어 정책과 <에스비에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시드니/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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