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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충북 충주시 소태면 양촌리 월촌 마을회관에서 겨울옷을 고르던 탈북새댁 김정희씨가 일어서서 춤을 추자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충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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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재담꾼 합류한 듯 문화차이가 즐거운 경험
거주 외국인 110만명시대…“능동적 대처해야”
일본어 선생님, 북한 출신 마을 가수, 베트남에서 날아온 재담꾼, 중국 출신 푸근이 아줌마….
낮엔 볕 잘 들고, 밤엔 달빛이 좋다는 충북 충주시 소태면 양촌리 월촌마을에 새로 들어온 살림꾼들의 별명이다. 1995년 일본에서 요시다 미쓰에(39)가 이곳으로 시집와 먼저 자리를 잡은 데 이어, 2003년 베트남 신부 투토이(28)가 합류했다. 또 지난 해에는 중국 옌지에서 온 재중동포 고순희(41)씨와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북한 김정희(37)씨 등 2명이 잇따라 시집와 42가구 120여명의 이웃들과 뒤섞여 살고 있다. 이 덕에 85년부터 10여년 동안 끊겼던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이 마을에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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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수리스티아니(34·인도네시아 출신)와 함께 실습에 참석한 김재산(43)씨는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과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한국 사회의 적응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며 “아내와 함께 세상살이를 다시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숙직을 하고 베트남 출신 아내 보티레항(23)을 태우러 센터에 나온 정우현(42)씨는 “아내가 숙직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내가 바람을 피우는 줄로 오해하기도 했다”며 “어머니가 설명해 주려 해도 의사소통이 안 됐지만, 이곳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줘 이런저런 문화적 차이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이 센터에서는 장수 160여명, 인근 진안과 무주까지 합해 모두 430여명의 이주여성들에게 ‘다름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선 농촌 총각과 이주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을 위한 교육도 이뤄지는데, 이주여성 엄마가 교육을 받는 동안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배우도록 지도하는 것이 특색이다. 이 센터 이현선(44) 소장은 “다름이 공존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작은 실험실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올해 5월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89만1341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 4935만5153명의 1.8%를 차지한다. 불법체류자가 20여만명이 훌쩍 넘어서는 현실을 생각하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이미 110만명을 넘어섰다는 추산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연구위원은 “현재의 다문화 변화 양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한국 사회는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가진 새롭고 활기찬 사회로 거듭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래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충주 장수/오윤주 박임근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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